"도교육청 예산으로 계속해야" 교육청 책임론 펼쳐…서민 증세·급식비 부담 학부모 저항에 위기감

홍준표 도지사가 박종훈 교육감에게 경남도의회 결정대로 무상급식을 계속하지 않으면 '탄핵감'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는 초·중·고생 무상급식을 '무상 포퓰리즘', '진보좌파 무상파티'라고 반대하며,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자치단체 보조금 편성을 중단했던 일련의 흐름과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홍 지사가 무상급식 대응 방식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경남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정세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자신에게 몰아칠 후폭풍을 경남도교육청과 박종훈 교육감에게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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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3일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서민소외계층 자녀를 경남도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경남도 태도 변화 = 먼저 홍 지사의 논리는 '무상급식 중단'에서 '무상급식 계속'으로 변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도교육청 무상급식 특정감사 논란 과정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좌파의 어젠다인 무상 포퓰리즘 광풍에 휩싸여 선거에 나선 자치단체장이 이를 거역할 수 없어 부득이 끌려들어 간 것이다"며 "지방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는데 표만 의식하는 진보좌파의 보편적 복지, 무상파티에 더는 동참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아가 "진보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서 종식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남도의 입장은 '경남에서 무상급식은 중단되지 않고, 교육청 예산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로 변했다. 홍 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들겠다'며 서민복지론을 펴면서도, 무상급식은 정상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홍 지사는 도교육청 책임론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경남도의회가 2015년도 예산심사에서 도교육청 무상급식 세출액을 그대로 승인했고, 모자란 부분은 도교육청 불용예산 1300억 원으로 무상급식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의회 결정은 법률과 같은데 따르지 않으면 탄핵 대상"이라며 도교육청을 몰아세우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달 12일 시작한 시·군 순방에서 도정 핵심사업과 더불어 이 같은 무상급식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지난해 불용액 837억 원을 이미 다른 교육사업에 편성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경남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다.

◇정치적 부담? = 이 같은 홍 지사의 무상급식 대응 논리 변화는 정치적 부담,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도의회가 무상급식 경남도 지원금 '0원'으로 예산을 확정했을 당시 시·군 예산 지원도 끊기면 도내 28만 5000명 무상급식 대상자 가운데 저소득층을 제외한 22만 명(군 지역 전체, 시 지역 초교와 읍·면 중고교)의 무상급식이 중단된다고 밝혔었다.

또한,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중단 시점을 4월부터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도는 2015년 예산은 새 학기 3월부터 집행되므로 최소한 9월까지는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며 도교육청의 중단 시점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기가 어떻든 무상급식 중단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은 홍 지사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문제 등 '서민 증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급식비 부담에 대한 학부모의 저항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무상급식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은 곳은 경남도뿐이다.

경남도의회 여영국(노동당·창원5) 의원은 "도의회가 들러리를 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정상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경남도 논리는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홍 지사가 불용액이나 도의회 결정을 핑계로 도교육청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경남도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주민투표 운동을 준비 중이다. 이 또한 홍 지사에게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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