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계열 타격받을 듯

정부 기초학문 홀대 정책이 노골화하고 있다.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 사회, 예술, 사범계열 학과 정원을 줄이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해서다.

이 탓에 상대적으로 연구인력과 자금이 적은 도내 대학들도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새해 업무 보고에서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한다는 취지로 '산업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이하 정원조정 선도대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권역별로 산업별 인력수급 전망에 맞게 정원 조정, 학과 통폐합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대학에 연간 2500억 원씩 3년간 75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학별 지원액이 200억 원 정도로 현재 지원금 액수가 가장 큰 대학 특성화사업(CK·3억~70억 원)보다 3배가량 많다.

전국은 이미 기초학문계열 학과 통폐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내에서도 지난 2010년에는 경남대가 철학과 사회학 전공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 심한 내분을 겪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철학 전공이 결국 폐지됐다. 지난 2011년 경상대도 사범계열인 컴퓨터교육과를 이공계열인 컴퓨터과학과로 통합 폐과했다.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7년 동안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일어난 학과 통폐합 254건 중 공학계열이 34개로 가장 많았으나 신설된 학과도 20개로 많았다. 반면 인문 계열은 27개가 사라졌으나 신설된 학과는 8개뿐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우려해 올해 상반기 중 인문학 진흥 종합방안을 마련하고 2단계 인문한국(HK) 사업 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도 내놨지만 지역 대학으로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 정원 조정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교육부가 재정을 무기로 인문, 사범 등 특정 계열과 학문 정원을 콕 집어 줄이라고 하는 것은 각 대학 특성과 자율적인 조정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철학, 역사 등 기초학문을 없애면 학문적 기반을 잃게 돼 응용학문 연구도 진전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한 대학 인문계열 한 교수는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도내 인문계열 학과에는 심도 있는 연구를 할 연구자가 부족해 일정 규모 연구진을 꾸려야 하는 인문한국 사업을 하기도 구조적으로 어렵다"면서 "근본적으로 대학이 기초학문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역 대학이 취업 중심으로 가는 것 또한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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