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정 방사능방재대책법 토대로 재설정 작업 착수…지자체 협의 거쳐 5월 확정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최소 20㎞로 잡으면 경남 도민 10만 명, 최대 30㎞로 잡으면 도민 27만 명이 포함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비상계획구역을 재설정하는 협의를 진행하면서 고리원전 인접지역인 경남이 어디까지 포함될지 관심이 높다.

비상계획구역을 핵발전소 반경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시설 등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방사능방재대책법)'이 지난해 11월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핵심 내용은 핵발전소 반경 8~10㎞였던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3~5㎞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20~30㎞로 설정한 것이다.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은 핵발전소 방사선 유출사고가 났을 때 주민을 대피하는 구역이고, 긴급보호조치구역은 방사선 농도에 따라 대피해야 한다. 해당지역에는 갑상선 방호약품과 방진 마스크가 준비된다. 또한, 대피소 등 방재계획을 세우고 방재훈련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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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노후원전 폐쇄와 비상계획구역 확대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37년째 가동 중인 노후원전 고리 1호기 등 핵발전소 6기, 추가 2기 완공을 앞둔 고리·신고리 원전 인근 30㎞ 안에는 부산·울산·경남 주민 34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 밀집도와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

개정 방사능방재대책법 시행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핵발전소 인접 광역자치단체 등이 비상계획구역 설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리원전 비상계획구역에 대해서는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가 검토 중이다. 도 행정과 분석을 보면 고리원전 반경 20㎞에는 부산시 해운대·금정구, 울산시 남·동구, 경남도 양산시 평산·소주동 등 웅상지역 일부가 들어간다. 그 지역에 양산 시민 10만 명이 살고 있다.

또 30㎞ 반경에는 부산시 대부분 지역, 울산 중·동·남구, 원동면을 제외한 양산 전역, 김해시 대동면 일부 지역이 포함된다. 이 지역에 경남지역 거주민은 27만 명으로 늘어난다. 고리원전 22㎞ 반경에 양산 주도심이 대부분 포함된다.

양산시는 최근 21~28㎞ 내 지형, 행정구역 경계선, 양산천 등을 고려한 4개 안을 시의회에 보고했다. 김해시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검토하지 못했는데 대동면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도는 양산시와 김해시가 제안하는 안을 바탕으로 도의회 설명을 거쳐 3월쯤 고리원전본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비상계획구역은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도 행정과 방사능비상계획구역 업무담당자는 "양산시는 안전을 위해 반경 28㎞로 가장 넓게 잡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는 대피소와 구호소 등 방재계획 실행에서 기초자치단체 역할이 많아 양산시와 김해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산시 설정안이 경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보고회에서 22㎞대로 잡는 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지역 59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도 행정과 관계자는 "부산시 입장은 30㎞까지 확대하면 인원이 너무 많아 대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원자력안전위는 일괄적으로 범위를 잡는 것은 안 되고 인구분포, 도로, 지형 등을 종합해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5월 비상계획구역이 새로 설정되면 자치단체는 그에 따른 방재계획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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