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완생을 향해 나아가다…인턴·강사 등 계약직 전전하며 "나만의 무기 만들기 위해 도전"

안녕하세요. 김형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한 살입니다. 사는 곳은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이고요. 진해에 있는 주한 미해군 부대의 한국인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헌병대 소속으로 위병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쑥스럽네요. 이것저것 하다 보니 스물예닐곱 개 정도 땄는데, 불필요하다 생각해 갱신하지 않은 것들 빼고 지금 유효한 것은 스무 개네요. 국가공인 자격증은 15개예요. 지금까지 자격증 따는 데 든 돈만 준중형차 한 대 값은 될 거예요.

형진 씨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운전면허 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 1종 대형 △자동차운전면허 2종 소형 △자동차운전면허 특수(트레일러) △자동차운전면허 특수(레커) △지게차운전기능사 △건설기계조종사면허(지게차) △건설기계조종사면허(3t 미만 지게차) △위험물운송자 △화물운송종사 △생활체육지도자 3급(수영) △생활체육지도자 3급(테니스) △인명구조요원(수상안전) △응급처치법 일반과정 및 심폐소생술 △중등학교 정교사(2급) 프랑스어 △양식조리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2급) △토익 △테러방지교육 수료(미 국방부).

(이렇게나 많이 딴 이유가 있나요?) 제가 중학생 때 IMF 외환위기를 겪었어요. TV 뉴스나 신문에서 매일 대량 실직, 명예퇴직 소식을 전했어요. 주위 어른들도 평생 다녔던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대기업을 다니든지 중소기업을 다니든지 또 자영업을 하든지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린 마음에도 무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그때부터 자격증 공부를 한 건가요?) 아니요. 그때부터 준비한 건 아니에요. 장래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죠. 하하.

생활체육지도자·인명구조요원·에너지관리기능사 등 20개 이상 자격증을 보유한 형진 씨. /강해중 기자

(맨 먼저 딴 자격증은 어떤 건가요?) 다들 딴다는 운전면허 1종 보통을 제일 처음 땄죠.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있었습니다. 5t 구난차를 몰았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역하고 2005년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운전 관련 자격증을 우선 몰아서 땄습니다. 트레일러, 레커차량, 지게차, 위험물운송자 같은 것들요. 그땐 운송이나 운전 쪽으로 진로를 준비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자격증 준비만 한 건가요?) 아니요. 대학 때도 졸업 후에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대학 학기 중에는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했고요, 막노동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보험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고, 공기업 인턴, 외국계 기업, 공기업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파트타임으로 수영강사도 했고요. 일하는 중에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했죠. 이렇게 풀어놓고 보니 정규직은 거의 없이 계약직을 전전했군요. 우리 세대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늘 고용 불안에 시달렸어요.

처음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따다 보니 분야가 뒤죽박죽이었어요. 주변에서 '그거 뭐 하러 따느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죠. 그래도 하나둘 자격증이 늘어가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츰 가닥이 잡혔어요.

(취업을 하는 데 자격증이 많은 도움이 됐나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격증은 없었지만 이만큼 부지런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자격증을 많이 따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스펙, 스펙' 하잖아요. 스펙을 쌓으려고 대학 졸업까지 미루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딴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따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어요. 지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저에게 2015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목표가 생겼거든요. 먼저 미국 원격 대학에 편입할 계획입니다. 산업안전 같은 안전 분야 공부를 하고 싶어요. 저에게 딱 맞는 분야를 찾았습니다. 앞으로 이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결혼입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있어요. 몇 번의 고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지내왔습니다. 그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아직 서로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내년 말쯤 결혼식을 올릴 생각입니다. 여자친구도 동의해주겠죠? 하하.

늘 바쁘게 사는 그를 향해 주위에서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고 구박 아닌 구박을 한다고. 하지만 "목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삶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고 되받아치는 형진 씨의 2015년도 목표 달성의 한 해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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