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2014년 미안했습니다

요즘 들어 '괜찮아'라는 말이 입가에 자주 맴돕니다.

올해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가 방영됐습니다. 극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사람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 역시 그랬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은 저마다 마음의 병이 있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함께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나만 아프고 외로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 우리 사회는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날이지요.

그날 이후 우리는 슬픔을 넘어 죄스러운 마음을 안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비롯한 탑승객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를 되뇌었습니다.

유가족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가 왜 그렇게 차가운 물 속으로 가야 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인 부모들이 단식하게 하고, 무릎 꿇게 하고, 또 조롱받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들을 대신해 많은 사람은 마음의 빚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조금씩 잊으려는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죄인이 되기도 합니다.

2014년의 미안함은 세월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내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에도 묻어납니다.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학생들 때문에, 실종 15일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폐업 때문에, 밀양 송전탑 주민을 지켜주지 못해, 저마다 또 다른 자책을 합니다.

이러한 미안함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함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개개인 마음은 병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2014년을 보내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모든 이에게 이렇게 속삭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괜찮아, 괜찮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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