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가음정주공재건축조합 '건강한 시멘트'운동…입주민,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타이어 연료 사용업체 배제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일본산 석탄재나 폐타이어 등을 사용해 만든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가 아닌 본래 공정에 따라 제조한 '건강한 시멘트'로 아파트를 짓도록하는 소비자 움직임이 창원에서 시작됐다. 시작점은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가음정주공재건축 현장이다.

가음정주공재건축조합(조합장 백형일)은 지난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공문을 보냈다. '가음정주공재건축 현장 레미콘 공급업체 재검토 건'이었다.

이들은 공문에서 "재건축 현장 레미콘 공급업체에 시멘트를 납품하는 회사들 중 제조 과정에 보조연료로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지 실사를 벌여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포스코건설은 이에 지난달 26일 회신 공문을 보내 "실사 결과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동양시멘트에 보조연료로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상기 업체를 제외한 시멘트 제품을 당 현장에 납품하는 레미콘에 적용하기로 협의 완료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현장에서 약 30㎞ 반경에 있는 9개 레미콘 업체로부터 시멘트를 공급받고 있다. 이 가운데 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폐타이어를 연료로 시멘트를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레미콘 업체들은 시공사 요구를 받아들여 이전 거래처인 시멘트 회사를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쓰레기 시멘트 논란은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쓰레기 재활용' 방안 중 하나로 폐타이어나 폐유, 소각재, 하수슬러지 등을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도록 허용한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시멘트는 채광한 석회석에 실리카, 알루미나, 산화철 등 원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후 소성로에 넣어 1450도 고온에서 가열해 만들어진 반제품 '클링커'를 미세한 분말로 만든 것이다.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 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김구연 기자

지난 1999년 이전만 해도 소성과정에 화력을 높이고자 '유연탄'이 사용됐는데 정부 방침 발표 이후 업체들이 값비싼 유연탄 대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시멘트를 생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 산업폐기물에서 생성된 인체 유해 성분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산 석탄재가 시멘트 제조 시 연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방사능 시멘트' 논란도 한층 가열하는 분위기다.

이런 시점에 아파트 소비자인 재건축조합이 입주민을 위해 '건강한 시멘트' 사용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백형일 조합장은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폐타이어 외 폐유, 오니, 슬러지 등 다른 산업폐기물, 그리고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일본산 석탄재 사용 시멘트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백 조합장은 "한 레미콘 업체가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회사 시멘트를 사용한다고 시공사에 회신해 조합에서 직접 시멘트 공급처 실사를 가보니 공터에 폐타이어가 잔뜩 쌓여 있었다"면서 "공문 한 장으로는 건강하고 안전한 시멘트를 담보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데 안전한 시멘트에는 가격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백 조합장은 이에 대해 "현재 105㎡(32평)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시멘트 값이 130만 원 정도다. 그런데 건강한 시멘트를 사용하면 추가 비용이 30만~40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한 채에 4억 원이 넘는 분양비를 고려하면 이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니다"고 했다.

가음정주공재건축은 총 10만여㎡에 1458가구가 입주하는데 가구당 가족 수를 3명으로 환산하면 4374명이 거주하게 된다.

백 조합장은 이를 바탕으로 "산업폐기물 재활용 비용보다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에 사는 국민이 세금으로 지출하는 건강보험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건강한 시멘트 사용은 결국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가음정주공재건축조합은 오는 9일 이 분야 전문가인 최병성 목사를 창원에 불러 강연회를 연다.

이 강연에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 힐스테이트4차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용지동 재건축 1, 2구역재건축조합 관계자, 진해구 자은동 중흥S-클래스 입주예정자 등도 참여하기로 해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관한 지역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위 기사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에서는 시멘트 유해성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한국시멘트협회의 반론문을 보시려면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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