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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맛 읽기]뷔페에서 '살아남기'

정체불명 고기·튀김류 피하고 신선한 채소·해산물 집중공략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4년 12월 03일 수요일

뷔페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느낌이 확연히 다른 음식 문화 중 하나다. 먹기 전에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지만, 다 먹고 난 후에는 배만 부를 뿐 그 저급한 질로 인해 인상이 찌푸려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누군가 마련한 행사나 여러 사람 초대하는 자리가 아니면 자기 돈 내곤 잘 먹지 않게 되는 게 또한 뷔페다.

근거가 있다. 2012년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111곳 중 45.9%가 냉동 가공식품을 10가지 이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냉동 가공식품은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을 비롯한 탕수육, 고기 동그랑땡, 감자튀김, 돈가스, 새우가스, 만두, 우동면 등이다.

냉동식품만 문제가 아니다. 아주 고급 뷔페가 아니면 보통 정식 요리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 업체에서 미리 (반)조리한 식품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라면 조리법' 같은 특정 매뉴얼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채널 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일부 뷔페 레스토랑이 며칠 전 서빙된 음식을 약간만 손질해 다시 내놓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니 맛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이런저런 행사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게 뷔페고, 또 자기 돈을 내든 안 내든 1인당 최소 2만~3만 원에서 5만 원 이상까지 소요되는 식사 자리이니 최대한 알차게, 맛있게 먹는 것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이번 달 '까칠한 맛읽기'는 그 최대치를 찾기 위한, 다시 말해 뷔페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 대한 탐구다.

창원의 한 뷔페 레스토랑에 차려진 음식들. /경남도민일보 DB

◇냉동 가공식품은 사절

앞서 힌트를 드렸으니 피해야 하는 음식은 대충 감을 잡으실 것 같다. 아무리 음식에 문외한이라도 냉동 가공식품은 한눈에 딱 구분이 된다. 특히 튀김류. 튀김의 기본은 갓 만들어 바삭바삭한 맛을 즐기는 것이거늘 그저 찐득찐득 쫄깃한(?) 식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마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닐 포장된 냉동 튀김류 맛과 똑같다. 이런 튀김엔 대개 각종 자극적인 새콤·달콤·매콤한 소스가 떡칠되어 있기 마련이다. 꼭 튀김이 아니고 냉동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양념 범벅인 정체가 불분명한 고기·해산물 요리는 일단 원재료의 상태를 의심하는 게 좋다.

취향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평소 흔하게 먹을 수 있거나 저렴한 음식들도 권하고 싶지 않다. 이를테면 김밥, 볶음밥, 잡채, 만두, 떡, 빵이나 각종 무침, 면류 같은 것들 말이다. 쌀이나 밀가루, 당면 등 탄수화물 중심의 음식은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어차피 맛도 고만고만한 데다 뷔페 레스토랑 측에서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도 낮은데, 굳이 이런 음식 먹자고 피 같은 돈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과감한 포기가 필요하다. 가급적 양념이 적게 들어간, 개중에서 신선해 보이는 음식에 관심을 가져보자. 양상추, 로메인상추, 치커리, 적겨자, 비타민 같은 다양한 채소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이들 채소에다 취향에 맞는 소스를 가볍게 뿌려 샐러드로 즐겨보자. 배도 덜 부르고 입맛도 살리고 장점이 적지 않다.

해산물이나 고기류도 마찬가지다. 냉동 천지이지만 간혹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생물 상태 그대로 또는 살짝 데치거나 구워 내놓는 뷔페가 있다. 양념도 아예 없거나 거의 더하지 않는다. 특히 바닷가 근처 뷔페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진짜 흙 속에서 진주를 캐낸 기분이다. 웬만한 뷔페는 비록 그 질이 높지는 않으나 돼지고기나 소고기 스테이크도 즉석에서 구워준다. 물론 이 역시 자주 먹는 음식이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음식과 비교해, 맛도 그렇고 그나마 돈이 덜 아깝게 느껴지는 게 이런 음식들이다.

생선회나 초밥은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교적 신선해 보일 때도 있지만 냉동 제품을 해동한 것 등 그 질이 형편없는 경우가 잦다. 초밥 같은 건 높은 난도가 필요한 음식이지만 경험이 적은 조리사들이 만지다 보니 재료와 밥이 따로 놀거나 오래전 만든 티가 팍팍 날 때가 적지 않다.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

음식을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보통 뷔페에 가면, 한방에 '승부'를 보려는 듯 허겁지겁 온갖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맛있는 음식도 맛없게 하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가벼운 것에서 시작해 무거운 것으로, 양념이 적은 것에서 많은 것으로, 차가운 것에서 뜨거운 것으로 한 접시 한 접시씩 옮겨가는 게 현명하다.

서양의 코스 요리를 떠올려보자. 보통 샐러드류가 먼저 나오고, 수프(이 역시 우리가 된장찌개 먹듯 보글보글 높은 온도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다)-파스타-스테이크·튀김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다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뜨겁거나 맛이 강한 음식을 선택하면 미각이 무뎌져서 상대적으로 심심하거나 차가운 다른 음식은 제대로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골고루 다양한 음식과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도 방해한다. 마침 건강과 비만 예방 등을 위해선 육류·탄수화물·양념 중심의 음식을 지양하고 각종 채소를 비롯해 덜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권하고 있으니, 이참에 뷔페든 어디에서든 이런 식습관에 익숙해져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뷔페는 누구나 짐작하듯 '질'보다 '양'으로 유혹하는 음식 문화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뷔페의 흥망성쇠와 관련해 "한국인은 오랫동안 못 먹고 못 살았다. 그 한풀이로 뷔페가 잠시 등장하였다가 그 임무를 마감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진짜 사라지고 있는지, 여전히 그럴듯한 행사에는 뷔페라는 공식이 살아 있는 것도 같은데, 황 씨 말처럼 맛이야 어떻든 그저 양만, 무조건 산더미처럼 풍성한 것만 좇는 '배고픔의 시대'는 이제 마감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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