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가족]한평생 강아지와 함께하는 제무실 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느 담배 가게 앞. 나이 지긋한 남자가 하얀 강아지를 안고 의자에 앉아 있다. 남자는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강아지와 눈을 마주칠 때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아지는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남자의 얼굴을 핥으려 했다. 제무실(60) 씨와 몰티즈 종인 '미남이'가 함께하고 있는 풍경이다.

제무실 씨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하고 있다. 이후 시추·푸들·몰티즈 등 여러 종의 강아지를 키웠다.

"어릴 때 시골에서 똥개를 키웠는데, 거기서 맛을 들이면서 이 나이 먹도록 강아지를 곁에 두고 있지. 그게 몸에 배어 옆에 강아지가 없으면 서운하고 그래. 동물이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부지런해져. 밖에 놀러 가면 '이놈이 전기선이나 건드린 건 아닌지' 걱정돼서 빨리 돌아오게 돼. 그리고 얘들은 늘 새벽에 깨거든. 그러면 나도 자연스레 일어나게 되니, 이놈들이 내무반장 역할을 하는 거지. 자명종 시계가 필요없는 거기도 하고."

제 씨는 15년 전부터 두어평 되는 좁은 공간에서 담배가게를 하고 있다. 오전부터 8~9시간 동안 '미남이'가 그 적적함을 달래준다. 제 씨가 '미남이'를 데려온 건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 다시 이 녀석과 연을 맺은 것이다. '미남이'는 태어난 지 80일 정도 됐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강아지를 키웠다는 제무실 씨, 그는 동물이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부지런해진다고 한다./남석형 기자

1년까지는 계속 성장한다고 한다. 아직은 말 그대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한다. 한 번씩 자기 똥을 먹기도 해서 제 씨를 속상하게 한다. 제 씨는 별도로 있는 시골집에서도 몰티즈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유독 몰티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몰티즈는 다른 종과 달리 냄새가 안 나. 종 자체가 그런 것 같더라고. 맡아봐. 몸에서 우유 냄새가 나잖아.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만 시켜주면 돼. 피부가 약해서 씻길 때 손가락으로 박박 긁으면 피부병이 생겨. 그래서 손바닥으로 살살살 다뤄야지. 개하고 사람도 연이 맞아야 하는데, 나는 몰티즈랑 잘 맞는 것 같아."

1년에 들어가는 비용은 50만 원 정도라고 한다. 3kg 사료가 3만 3000원인데, 두 달 정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1년에 두 번 3만 원하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고, 석 달에 한번 털을 깎는 데 돈이 조금 들어간다.

제 씨 가족 모두 강아지를 좋아한다. 그런데 좀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형님이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키우던 강아지도 얼마 되지 않아 죽었어. 수명이 다해 죽은 거기는 하지만, 형님이 데려간 거라 생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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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를 지키는 미남이./남형석 기자

제 씨는 스스로를 '바이크족'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오토바이 매력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그런데 주말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에 있는 유기견보호센터다.

"한번 연을 맺은 동물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보살펴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잖아. 그런데 나쁜 사람들이 많아. 1년 정도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한적한 데 가서는 차 문 열고 그냥 버리는 거야. 내가 유기견센터 찾아가는 건 다리를 절거나 몸이 성치 않은 불쌍한 강아지가 있나 해서지. 예쁜 강아지들이야 분양이 잘 되지만, 그런 놈들은 아무도 안 데려가지. 그러면 안락사 되거든. 그런 장애있는 개들 분양받아 '미남이' 친구해 주려 하는데, 잘 안 들어오데. "

자고 있던 '미남이'가 깼다. 낯선 사람을 멀리하기는커녕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제 씨가 "이놈은 아무한테나 다 저런다"면서 살짝 질투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남이'를 보듬으면서 다시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머리 복잡하고 걱정거리 있어도, 이놈 한번 쳐다보면 싹 다 사라지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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