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길은 통영으로 통한다. 그래서 주말, 통영은 '주차장'이 된다. 관광객이든 주민이든 사람에 치여 지쳐버린 땅, 여기는 통영이다. 막힌 길 때문에 조금 더 걷는다는 것과 정치인들 단골 공약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치적 선언 말고는 실상 위안은 없다.

8월, 영화 <명량>으로 한산대첩 축제 기간 통영 관광객 수는 기록적이었다. 좀 부풀렸겠지만 축제위원회는 축제 5일간 50만 명이 왔고, 축제행사장에만 20만 명 이상이 왔다고 했다. 14만 도시에 하루 10만 명 정도가 왔다는 말이다. 좁은 통영이 터질 뻔했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허구는 아니었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관광객이 줄을 선 상가 상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유람선터미널은 장사진이고, 케이블카 탑승객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활어시장, 꿀빵집, 충무김밥집 중 일부는 주말 하루 수천만 원을 번다는 말도 있다.

이게 활성화된 통영의 이미지이지만 여기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통영시는 9월부터 케이블카 요금을 올리면서 시민 요금은 7000원에서 5000으로 내렸다. 이유가 '교통체증 등의 불편 감수에 대한 주민 보답'이었다. 이런 보답이 방증하듯, 통영시민들은 지옥에 산다. 통영을 소개한 글에 '제발 좀 통영에 오지 마세요'란 댓글이 눈에 띄고, '주민 불편과 희생을 담보로…'란 글은 통영시청 홈페이지에서 봤다. 물가는 오르고, 택시기사는 "차가 막혀 돈벌이가 안 된다. 주말마다 울고 싶다"고 한다.

쭉 검색해보니 대책은 정치인 선거 때마다 제시됐다. 관광객이 많은 강구안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자는 말, 셔틀버스 도입, 대체도로 조성, 남망산에 대형 지하주차장을 건설하자는 공약, 강구안 바다 속 해저 주차장을 만들자는 이색 제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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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관광객이 오지 않는 건데, 그건 또 싫다. 정치인들이 했던 해결 공약이라도 실천했으면 하는데, 더디긴 엄청 더디고 뾰족한 방법도 아니다. 더럽게 막히는 지금 이 시간에 나는 통영 도로 위에서 꼼짝도 못하고 좌절하고 있다. 차안에서 나는 지쳐 '죽을 맛'이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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