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장르 달라도 기획의도 하나…"널리 알리고 잊지 말아야죠"

밀양은 끝이 아니다. 끝나지 않은 밀양의 이야기는 책과 사진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할매'로 상징되는 밀양싸움의 이야기는 영화로 연극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가들이 마음과 발품을 팔아 만든 '연대의 열매'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밀양구술프로젝트'는 지난 4월 책 <밀양을 살다>(오월의 봄)로 묶어졌다.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테니까"라며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삶을 인권활동가, 르포작가, 사진작가들이 생생하게 담았다.

박배일 영화감독은 다큐멘터리 <밀양아리랑>을 완성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밀양 부북면 위양리 할매 세 분의 이야기를 담은 <밀양전>으로 밀양사태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밀양아리랑〉 포스터.

후속작인 <밀양아리랑>은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여·58) 씨, 단장면 동화전마을 박은숙(여·40) 씨, 부북면 위양리 손희경(여·78) 씨, 상동면 도곡마을 김말해(여·86) 씨 등 초고압 송전탑과 싸워온 밀양 주민들의 투쟁을 담았다.

박 감독은 "<밀양전>은 할머니들의 구술을 통해 지나온 싸움을 담았다면 <밀양아리랑>은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때부터 투쟁이야기"라며 "핵발전소와 송전탑의 관계 같은 밀양싸움의 총체적 의미와 국가폭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양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밀양아리랑>은 최근 6회 DMZ영화제에 출품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박 감독은 부산과 서울에서 시사회를 거쳐 11월 강릉·인천·광주 등 인권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다. 상영관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

〈웃어요 할매〉 포스터.

부산에서는 밀양 할매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졌다. '극단일터'는 <웃어요 할매>를 지난달부터 12일까지(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일터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김기영 씨는 안전성이 우려되는 고리핵발전소 가까이에 살면서도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로 보내려고 세우는 것이 밀양 송전탑이라는 걸 사람들이 잘 몰라 기획했다고 했다. 특히 '할매'에 시선을 뒀다. '할매들이 끝까지 싸우는 힘은 뭘까?'라는 물음에서 작품이 탄생했다. 그는 "밀양 할머니들을 보면서 여성이 가지는 생명사상이 내면에 깔려 있다고 생각했다. 땅과 자연, 사람을 '나의 몸'으로 인식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밀양송전탑 저지 투쟁을 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웃어요 할매>는 10월 18일 저녁 송전탑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상동면 고정삼거리에서 주민들을 만난다.

서울에서는 3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천공의 성에서 <민중의 적 : 2014>가 뜬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원작을 대한민국 밀양으로 옮긴 이 작품은 극단 'C 바이러스' 대표인 이문원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민중의 적〉 포스터.

이 대표는 밀양을 배경으로 한 이유를 언론인터뷰에서 "밀양의 할매·할배들이 얼마나 외로우시겠냐. 잊히는 것이 두려우실 분들께 아직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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