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전자파 피해에 대해서는 "근거 부족"

법원이 밀양 송전탑 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헬기소음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공사중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민사부(재판장 한영표 지원장)는 밀양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 밀양 구간 경과지에 사는 주민 22명은 지난 2월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자재를 실어나르는 헬기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고, 초고압 송전선로가 건설되면 전자파 영향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이와 함께 애초 환경영향평가협의와 달리 변경협의 없이 헬기 공사 현장과 공사면적을 2배로 늘린 점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송전선로 경과지 산외면 골안마을, 상동면 도곡마을과 여수마을, 부북면 위양리 등 마을 4곳에서 현장검증과 함께 주민들 증언을 듣기도 했다.

법원은 주민들의 전자파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헬기 소음 피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송전탑 건설 장소가 위치에 따라서 거주지로부터 불과 300m 정도 떨어져 있어 일상생활 중에 헬기 소리와 공사 모습을 매우 가까이서 듣고 보게 되는 사실, 소음·진동관리법 생활소음 규제기준은 65데시벨(주간기준)인데 4월 15~16일 당시 최고 소음치가 92.1데시벨로 측정된 사실, 마을주민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60~70대 고연령층은 헬기 소음으로 두통·불안감 등을 더 쉽게 느끼고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이런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사실이 소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를 중단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 방해배제·예방 청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위법성보다 높은 기준의 수인한도여야 하는데 주민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 건강권·소유권 등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헬기 소음이 수인한도를 초과했다는 점을 소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송전탑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점,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지원법이 제정된 점, 밀양특별지원협의회가 제시한 보상안에 다수 주민이 합의한 점 등도 기각사유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전은 초고압 송전선로 밀양구간에 69개 철탑 조립공사를 지난달 말 마쳤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이 다급하게 공사를 중지해달라고 신청했는데 법원이 재판을 지연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가처분 신청은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 하는 것인데 눈치 보며 질질 재판을 끌어오다 농성움막을 강제철거하고 철탑을 세우고 나서야 판결한 것은 비겁한 것이다"고 말했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소송에 해당하는 행정소송은 진행 중이다. 밀양 주민 300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계획변경 승인 취소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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