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한용기 의령경찰서 수사지원팀장

"어무이 잘 계십니꺼? 아픈 다리는 좀 괜찮습니꺼?"

의령경찰서 한용기(54·사진) 수사지원팀장. 진주가 고향인 그는 비교적 노인 인구가 많은 의령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몸에 밴 듯 이런 인사에 익숙해 있다.

27년 경찰관 생활에 수많은 일을 처리해 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년 전 의령군 지정파출소장을 지낼 때다.

부임 첫날부터 관내 22개 전 마을회관을 방문하면서 어르신들께 인사부터 드렸단다.

"아들같이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이소"라며 신고식을 했다는 것.

그는 순찰을 하면서 항상 순찰차에 과자 등 다과류를 잔뜩 싣고 다니면서 회관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드린다.

그러면서 화투놀이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 개인마다 1000원씩을 나누어 드리면서 즐겁게 보내시라고 웃으면서 자리를 떴단다. 처음에는 파출소장이 오면 어르신들은 화투를 숨기면서 시치미를 떼고 태연하게 앉아 계셨단다.

"허허 경찰이 화투놀이 자금을 주다니." 놀랍고도 흐뭇해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면서 말이다.

한 소장의 생각은 달랐다. 어르신들의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회관에 모여 함께 노는 게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 우체국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바꾸면 우체국장은 "소장님 오늘도 마을에 나가십니까?"라고 할 정도였다.

그의 지역민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면민 체육대회 때에는 주민신고가 중요하다며 당시 5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고, 경로잔치 때에는 정복을 입은 채 직접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드리는 자원봉사자까지 마다치 않았단다.

이러다 보니 점차 주민과 혼연일체가 되고 함께하는 지역치안으로 다가서고 있었다는 것.

이제는 오토바이 안전모를 쓰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이 솔선해 안전모를 착용할 줄 알고, 교통캠페인을 벌이면 어르신 30~40명이 동참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는 학교폭력예방에도 적극적이다.

시골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관내 환경이 비슷한 초·중학생과 교사, 경찰관 등 7명이 한 개 조가 되는 이른바 '마니또'를 결성, 친구와 형제·자매의 연을 맺어주기도 하고 사비를 들여 초·중학교 전교생에게 기념 방석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말썽 많은 졸업 뒤풀이를 예방하고자 졸업생들을 경찰차에 태워 지역문화 유적지 탐방과 경찰서 견학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일선 경찰서에서는 처음으로 경찰 부족인력 지원방안을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산불감시원을 경찰과 연계, 지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겨울철 도로결빙 등 재해발생 시 주민들의 불만이 경찰에 전가됨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의령군 전 읍면 산불감시원 75명과 경찰이 함께 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경찰청 미래기획단 국민중심 경찰활동 우수시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범죄예방과 합리적인 법 집행을 위해 마을별 외부차량 출입기록부를 마을회관에 비치해 절도예방에 이바지하고, 지방비 예산확보로 CCTV 설치 등 민생치안에 이바지해 왔다.

그 후 인근 함안경찰서 경무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낯선 곳이지만 당시 최대 현안이던 4대 사회악 근절에 적극적이었고, '귀요미 경찰대'와 마라톤대회 홍보 등 10여 가지 기획 홍보를 맡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올해 2월 의령서 수사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가정폭력, 다문화 가정 등 범죄피해자 의료지원을 위해 관내 의령병원과 협약(MOU)을 체결해 성과를 나타내는 등 1987년 경찰에 입문한 후 대부분 의령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 눈높이 치안활동과 업무 유공자로 인정돼 지난 2008년 10월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2회, 경찰청장 등 40여 회에 걸친 표창을 받았다.

그는 "내 주위에 있는 주민은 항상 내 고객으로 여기고, 감사해하며, 경찰 조직의 생동감 넘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