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200여 명 후원으로 재기…STX·무학·SC은행 지원 동참

지난해 말 STX 그룹 경영악화로 지원이 중단돼 위기에 놓였던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이 도민 후원의 힘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해 주목된다.

지난 26일 도서관 안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마술사 도성룡 씨가 선보이는 다이내믹한 마술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아무 것도 없던 모자에서 꽃이 튀어나오고 마술 막대가 장미로 변하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박웃음에 탄성을 지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이어 중국 전통 마술극 변검이 시작되자 도서관을 가득 메운 60여 명은 그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변검은 '테마가 있는 도서관 - 대륙의 심장을 찾아서 중국' 행사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행사에는 중국 이주민 가족이 함께 '중국어로 듣는 동화', '중국 전통 종 만들기',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중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가족들이 참가해 평소 잘 알지 못한 중국 문화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끽했다. 만두, 마파두부, 건두부 볶음 등 중국 음식을 먹으며 식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시간도 보냈다.

이날 행사는 다문화 가정과 한국 어린이 가정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공동체의 새 도약을 알리는 계기가 돼 더욱 뜻깊었다.

지난 2008년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북카페로 문을 연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은 이듬해 STX 도움을 받아 도내 최초이자 전국 두 번째로 다문화어린이도서관으로 개관했다.

이후 매년 STX로부터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이주민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STX가 경영악화로 지원 중단을 선언해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이 될 뻔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6일 낮 12시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에서 '테마가 있는 도서관 - 대륙의 심장을 찾아서 중국'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변검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

이를 안타까워한 지역 사회와 언론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현실을 알렸다. 내부적으로도 외부 기관과 적극적인 협조와 다양한 공모사업 유치, 자체 수익사업 발굴 등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소액 기부자들을 적극 발굴해 도민이 주인 되는 도서관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도민 후원이 크게 늘어 현재 200여 명이 현금 또는 물품 등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지원을 중단했던 STX가 어려운 기업사정에도 2000만 원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무학그룹 500만 원, SC(Standard Chartered)은행이 물품 1000만 원 지원 약속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졌다. 또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독서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돼 연 900만 원도 지원받게 됐다.

이날 '테마가 있는 도서관'은 이 같은 정성어린 후원이 모여 열리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매달 열리던 이 행사는 올해 지원 축소에 따른 운영 어려움으로 상반기에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은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 테마를 바꿔가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철승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장은 "STX그룹 경영악화는 도서관 운영 패러다임을 기업 지원에서 도민 후원으로 바꾸고 지역 주민이 주인 되는 도서관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도민 소액 후원자가 200명을 넘는 등 생각보다 많은 도민 후원으로 도서관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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