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어르신들 각별히 챙기는 버스기사 감성운 씨

투박한 경상도 남자지만, 친절을 잃지 않는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만났다.

지난달 '까칠한 상남자(http://goodpasss.blog.me)'라는 블로그에 '착한 시내버스 기사님 발견'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창원 경남대에서 김해 진영을 오가는 45번 버스(마창여객 운행) 기사가 노인 승객들의 안전을 끔찍이 챙기는 모습이 좋더라는 글이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내용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 마산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5번 버스에 올랐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버스 기사가 "어서 오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자리에 앉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승객이 탈 때 간간이 인사를 건네기는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별달리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창원 중심가를 빠져나와 외곽지역으로 향하자 승객 대부분은 어르신들로 채워졌다. 진영으로 향하는 동네 좁은 길로 접어들었을 때다. 버스는 정류장도 아닌데 잠시 멈췄다.

"손님들, 여기서는 잠깐 기다렸다가 가야 됩니더. 길이 좁아서 저기 보이는 시내버스가 빠져나가야 우리가 갈 수 있습니다."

잠시 후 맞은편 버스가 지나가려 하자 버스 기사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인사했다.

   

다시 버스가 이동했다. 한 할머니 손수레가 옆으로 쓰러졌다. 버스 기사는 정류장에 정차했을 때 뒤를 돌아보며 "할매, 잡으이소, 좀"이라고 했다. 말투는 까칠했지만 마음까지 그래 보이진 않았다. 버스 기사는 계속 할머니에게 신경 썼다. 할머니가 하차문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물었다.

"할매, 어디까지 가시는데예? …… 예?"

할머니는 귀가 어두운 듯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 버스가 달리는 중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를 본 버스 기사는 놀란 듯 큰 소리로 말했다.

"할매, 앉으이소. 도착할 때 천천히 일어나도 됩니다."

정류장에서 할머니가 힘겨운 몸을 이끌자 또 한마디 했다.

"다칩니더. 조심히 내리이소~."

버스 기사는 이후에도 어르신들을 각별히 챙겼다. 차에 오를 때는 앉은 것을 거울로 확인한 후 출발했다. 내릴 때는 하차 후 시간 간격을 두고 문을 닫았다.

진영 종점에 도착한 후 버스기사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말을 건넸다. 그는 35년 가까이 버스·택시를 몰고 있는 감성운(59·사진) 씨다. 그는 친절은 훈련보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사람 심성이 악한 사람은 악하고, 좋은 사람은 좋고 그렇잖아요. 나는 그냥 손님은 내 가족이라 생각합니다. 친절해야 나도 좋고 손님도 좋지 않겠어요? 내가 불친절하면 그 손님은 하루 종일 짜증 날 것 아니오."

그는 운전하는 내내 노인들이 서 있는 것을 그냥 보지 못했다. 그리고 정지선·신호도 철저히 지키는 쪽이었다.

"아까 할매 봤지요? 그런 분들이 사고 날 가능성이 제일 많아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어 다행이긴 하지예. 사고가 안 나야 모든 가정이 편하다 아닙니까. 그런데 나도 바쁘면 한 번씩 신호 어길 때도 있습니다. 차 막혀서 배차 시간 쫓기면 급출발하기도 하고…."

시내버스 기사들은 매달 노선을 바꾼다. 그는 이번 달 45번 노선을 맡았다. 그는 만 60세인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뭐, 돈 많이 벌 필요 있습니까. 퇴직하면 등산이나 다니면서 살면 되지요. 허허허."

그는 진영 종점에 잠시 차를 세워둔 동안 걸레질을 하고, 모든 창문을 적당히 열어두며 또 다른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다시 시동을 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맨 뒤쪽으로 가이소. 앞에는 할매·할배들 앉아야 하니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