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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경남 문화예술계의 굴욕

도지사 후보 문화공약 낙제점 속출…문화 '찬밥' 취급은 침묵·무능 대가

고동우 문화체육부장 kdwoo@idomin.com 2014년 05월 27일 화요일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홍준표·김경수·강병기 세 후보가 문화예술분야 공약을 공개했다. 요약하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경남도민일보>가 26일 자 신문(19면)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재탕·삼탕 일색에 졸속적이고 비현실적인 것투성이다.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와 강병기 통합진보당 후보는 낙제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홍 후보는 △작은 영화관 설치 확대 △공공도서관 통합도서서비스 구축 달랑 두 가지만 내놓았는데 이마저도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도지사 생활을 1년 반 정도 했으면 깊이가 있어야 할 텐데 창조적인 고민은 하나도 없다. 전국 꼴찌 수준인 문화예산 비중 문제를 비롯해 젊은 예술인 지원 대책 등 문화예술인 대상 공약이나 도 산하 문화재단·문예기관의 혁신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권 문화공간 조성 △지역 기반 문화활동 확대 지원 △통영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 추진을 내건 강병기 후보도 무성의의 극치이긴 마찬가지다. 세 사업 모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나 다른 지역에서 시행 중인 것과 유사하거나 똑같다. 물론 좋은 정책은 어디서 하고 있든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 하지만 오직 이런 '공약밖에' 없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심지어 통영 음악창의도시 가입은 통영시가 2016년을 목표로 지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시동을 건 사업이다.

   

그나마 고민의 흔적과 의욕이 엿보이는 사람은 김경수 후보다. 도 전체 예산 중 문화예산 비율을 2%(현재 0.64%)까지 늘리겠다고 못 박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분리 독립 △경남예술인복지재단 설립 등 차별화된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백화점에 물건이 많다고 소비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재정이 필요한 공약 일색인데 정책의 우선순위, 이행전략 등을 알 수 없어 현실성에 의문이 생긴다. 김 후보는 공식 공약에선 뺐지만 연간 최대 1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남도립예술단 창단도 '적극 검토' 입장을 밝힌 상태다. 문화뿐만이 아니다. 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취약 전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어르신 명절 효도수당 지급' 등 예산 규모가 큰 공약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이 모든 걸 대체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걸까. 혹 무려 144개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행률은 단 6%(2012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조사)에 그쳤던 김두관 전 지사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닐까?

새삼스럽지는 않다. 문화예술영역은 늘 선거 때마다 찬밥 신세였다. 누구 탓할 것도 없고 후보자들만 욕할 문제도 아니다. 다 자업자득이다. 한 지역의 문화 정책·행정 수준은 그 지역 문화예술계의 수준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선거 때만 되면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데 어찌 된 일인지 경남 문화예술계는 그림자조차 안 보인다. 새로운 지방정부 하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의제를 제시하거나 쟁점화하려는 노력도,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해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모습도 전무하다. 하다못해 오랜 염원인 문화예산 확대를 압박하고자 하는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실천조차 없다.

   

어디선가 졸속으로 베껴온 것이 분명한 무성의한 공약, 현실성이 있거나 말거나 이것저것 던져놓고 보는 무책임한 공약들의 남발은 바로 그 침묵과 무능의 참담한 대가이다. 그저 올해는 얼마나 예산을 지원해줄까, 오매불망 도지사 얼굴만 바라보는 '문화'가 경남 문화예술계를 지배하는 한 굴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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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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