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육이 미래다] (1) 교원 전문성 강화·교권 회복

'일등주의에 빠진 학교, 협동보다 경쟁이 우선인 교실, 대학에 목매어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가정'. 바로 우리 사회 교육의 단면입니다. 교육이 위기라고 입을 모으지만 쏟아져 나오는 대책은 학교 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해 혼란만 가중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4일 치르는 경남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우리 교육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다섯 차례 마련했습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각 구성원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더 행복한 교육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해봅니다.

◇행정 업무 경감→ 수업 준비 확보

먼저 교사들이 가르침에 열정을 쏟고 연구에 전념할 방법은 무엇일까?

"컴퓨터가 나올 때 다들 좋아했습니다. '학교 공문을 컴퓨터가 다 처리해주겠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공문이 더 많아졌습니다. 모니터에 수시로 뜨는 공문 알림을 클릭하느라 수업 준비는커녕 동료 교사와 말 섞을 시간도 없어요."

창원 명곡고등학교 한 교사의 말이다. 교사들은 행정 잡무에 시달리고 각종 보고업무에 치여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운영 원리가 교수 중심이 아니라 공문 처리 위주이다 보니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잡무를 덜 맡을 것인가를 두고 경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이에 전국 교육청마다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일 업무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 매뉴얼'을 보급했다. 매뉴얼은 교무, 연구 등 6개 영역의 단위학교 업무를 세분화하고 해당 업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1쪽의 개요도를 중심으로 법령·지침·업무추진 절차 처리방법·관련서식·참고자료 등 세부 업무 내용을 상세히 수록했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도 '공문 없는 수요일'을 지정해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고, 경기도교육청은 행정실무사 배치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공문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일선 학교에 배치한 행정실무사(교원행정전담요원)의 전문성 결여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줄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거론되는 행정실무사의 한계를 없애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한국협동학습연구회는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단위학교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관료 체제가 행정 중심 학교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섭 전 한국협동학습연구회 대표는 "시도교육청에서 행정을 전담할 수 있도록 교육청의 관리 통제방식이 아니라 학교지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가 행정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고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때 학교가 학교다워진다"며 "학교 행정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학교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된다"고 밝혔다.

◇증가하는 교권 침해, 대안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이하 교총)가 지난달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는 총 39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335건에 비해 17.6% 증가했고 지난 2009년(237건)과 비교하면 5년 새 60% 이상 늘었다. 또 전체 교권사건 중 학생·학부모의 폭언·폭행·협박 건수가 15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교권사건도 두드러졌다.

   

또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최근 5년간 학교현장에서 발생한 교권침해 건수가 1만 9844건에 이른다고 발표됐다. 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11건에서 2012년 128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학생에 의한 폭행도 2009년 31건에서 2012년 13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교권 실추에 대한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교권 회복에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매년 교권사건 접수·처리현황을 발표하는 교총은 교원안전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영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소송은 학교회계예산으로 소송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민·형사 소송은 교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가 자녀중심의 무분별한 소송 남발로 교사가 학생교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등 수업권 침해도 발생하고 있다"며 "교원이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과 관련한 민·형사소송은 교육행정당국이 소송비를 지원해주고 학교배상책임공제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등 교원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지나치게 교권침해 주범인 것처럼 대상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교원 인권침해 대책과 교육활동에서 교원의 교육권 보장 대책 없이는 본질적으로 교권보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또 국·영·수 입시중심 교육과정편성과 일제고사 등 일방적으로 교원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권리인 수업과정에의 참여권, 의미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 학습과정에서 조력을 받을 권리 등 학생의 교육권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권침해 사례들은 국가와 학부모, 학생, 교원의 인권과 교육권에 관련된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교권을 보장하려면 인권친화적인 공감적 생활지도가 필요하다. 또 징벌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참여가 보장되는 학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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