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법정서 판사 발언에 변호인 항의·퇴정

형사법정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자백하면 벌금형으로 해줄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한 형사법정에서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장애인단체 회원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첫 심리공판인 이날 판사가 한 발언에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항의하며 퇴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을 맡았던 박훈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판사가 '자백하면 벌금형으로 해주겠다'"고 했고, 이에 "재판장이 할 소리냐, 협박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판사가 '전에도 재판받아 집행유예 받지 않았느냐. 피고인들과 악연이다. 판사가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후 박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항의하며 퇴정했다.

퇴거불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지난해 김해시청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4월 2일 오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ㄱ(46) 씨 등 회원들은 시청 기자실에서 시가 약속한 장애인활동 보조도우미 월 68시간 지원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김맹곤 시장실을 항의방문해 시장면담을 요구했다. 이날 장애인들과 시장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후 김해시청 공무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ㄱ 씨 등을 연행하고 장애인들을 강제해산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창원지법 홈페이지

논란은 이 사건 첫 재판이 열린 이날 재판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면 벌금형으로 해주겠다고 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김해시청 공무원이 면담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공무원을 증인으로 불러 확인해야 한다"며 "판사가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유·무죄를 따져야지 이미 유죄 심증을 가지고서 '자백하면 벌금형으로 해주겠다'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창원지법에 해당 판사의 징계를 요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창원지법은 해당 사건 재판 녹음을 확인한 결과 재판 전체과정을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창원지법 고규정 수석부장판사는 "재판 녹음을 들어봤는데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들 답변이 부인도 아니고 자백도 아니었다. 판사가 '퇴거불응을 자백하는 취지냐'고 확인했다"며 "자백은 양형 사유가 된다. 앞선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이번 사건에 자백해서 선처를 받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설명했는데 변호인이 항의를 했고, 재판장이 양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지 않으냐고 했는데 변호인이 퇴정했다"고 설명했다. '악연' 발언에 대해서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다른 사건으로 두 번이나 마주했으니 '구면 맞죠? 악연'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의 재판 당사자인 판사, 피고인, 변호인 3명이 앞서 같은 법정에서 만났던 '악연'과 관련한 이전 재판은 ㄱ 씨가 지난 2012년 평생교육예산 삭감 반대 활동 중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ㄱ 씨는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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