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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폐허가 된 STX공장 보니 참담해"

[2013 나의 경제는 어땠나] (1) STX다롄조선에 파견됐다 온 STX 계열사 직원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일모도원(日暮途遠). 2013년 경남 경제를 거칠게 축약하면 이렇다.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

STX 그룹 해체로 수많은 노동자들은 숨죽여 1년을 보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부동산 정책과 물가 상승으로 하우스푸어와 주부들 한숨도 깊어졌다. 대기업은 수주 감소로 2014년 경기를 낙관하지 못하는 처지다. 중소기업 역시 들쭉날쭉한 경기 전망 속에서 2014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움튼다. 국내 최초로 창원에서 순수전기차가 양산되는 쾌거를 이뤄냈고,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뿌리기술 인증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소용돌이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경남 사람들이 느낀 '2013년 나의 경제'는 어땠을까. 6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2013년 1월 중국에 있는 STX다롄조선은 평화로웠다. 선박 수주 물량이 있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2013년과 2014년 생산계획도 있었다. 1월부터 3월까지 부분 납품이 안돼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안 좋아질 줄은 몰랐다.

STX다롄조선은 STX조선해양의 중국법인이다. 다롄의 STX집단에는 조선, 중공업, 해양 3개 법인이 있고 엔진, 건설, 대성(국내 포스텍 역할)이 있다. 다롄 STX집단은 초기엔 전체 직원이 2만 5000명에서 3만 명 정도 됐다. 올해 1월에는 1만 8000명 정도 근무하고 있었다.

김철민(가명·40대) 씨는 생산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창원에 있는 STX 계열사에 근무하다 STX다롄으로 파견된 지 2년쯤 됐다. 3월 말부터 갑자기 휴업 얘기가 나왔다. 2주 단위씩 휴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단기적인 상황이라고 여겼다.

4월 초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그 불똥은 STX다롄조선으로 바로 튀었다. 4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조업이 중단되고 휴무를 하기 시작했다. 다롄 STX집단 중 조선 일부가 먼저 휴업에 들어갔다. 5월 이후 각 법인 생산이 줄어들었다. 조선 직원은 4월분 급여부터 전액 체불됐다. 일부는 2012년도 임금도 체불한 상태였다. 6월부터 조직 개편, 임원 퇴직 등 구조조정을 했으나 1차적으로 협력사로부터 정상적 납기가 이뤄지지 않아 운영자금이 부족했다. 중국 지원도 많이 차단됐다. 급격히 회사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4, 5월엔 사내 협력사가 체불 항의를 많이 했다.

4월부터 엔진, 건설 일부는 직원 절반만 출근하는 방법으로 조업했다. 조선은 7월 1일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 필요 인원을 제외하고는 출근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파견 간 직원들이 8월부터 복귀하기 시작했다. 9월 말부터 회사관리직 등 필수 인원(50여 명)만 빼고 파견 인원 대부분이 복귀했다. STX다롄 한국 직원 800여 명 중 200여 명은 파견, 600여 명은 한인 채용 인력이었다.

   
  STX다롄조선 종합생산기지 모습. /STX조선해양  

STX다롄조선이 아무리 현금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지만 이렇게도 빨리 경영이 악화할 수 있을까. 김 씨는 그 원인을 수주 침체와 중국 지원 차별에서 찾았다. 우선 생산계획은 있었지만 올들어 더이상 수주가 안 일어나고 있었다. 또 중국 정부가 지원 부분에서 중국 현지 조선소와 외자투자기업을 차별했다. 수주 시 중국은행에서 RG(선수급 환급보증)를 잘 끊어주지 않았다. 한국 시각에서 보면 경영진 잘못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중국 환경은 경영진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 중국 정부와 협의해 중국 채권단 실사도 받고 실사 끝나면 지원 가능할 것이라 여겼는데, 지율협약 들어가니까 지원을 끊었다.

STX조선·중공업·엔진 모두 자율협약을 신청할 때만 해도 STX다롄조선은 곧 조업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이 인수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하지만 곧 가동 중단된 지 5, 6개월 지나고서 설비가 노후화되고 녹슬었는데 재가동되겠느냐는 현장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결국 중국 납품업체들은 중국 법원을 통해 차압이 들어왔다. 한국 협력사 채권사협의회는 STX다롄조선이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한국 채권단이 중국 채권단과 협상을 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10월께 STX다롄조선은 현장 인력도 없고 거의 폐허가 됐다. 조업이 재개되더라도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중국 협력사들은 사외 납품사와 사내 조선 업무 협력사로 나뉜다. 협력사는 고용 직원들 체불임금 부담, 대출, 공과금, 세금 등 문제가 있어서 중국에선 폐업이 더 어렵다. 중국서 자녀가 학교에 다니거나 중국에 남아서 다른 취업활동 하는 경우엔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한다.

"STX다롄조선은 200억 원 임금 체불 상태다. 체불 임금을 회수하고자 채권사들과 네트워크로 연락 중이다. 중국 현지 협력사 직원들이 모두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STX다롄조선 체불 임금 해결이 STX다롄조선 한국 직원들을 살리는 최우선 과제다."

김 씨는 원래 자리인 창원으로 왔지만 자기 자리를 못찾고 있다. 그에게 STX다롄조선 생활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새로운 환경이었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가족과 떨어져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나쁜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심정은 참담하다. 한 구성원으로서 최선 다했지만 한사람의 최선이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힘은 약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조선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내 본다.

"STX 계열사 내부 분위기도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데 오랜 시간 걸릴 듯하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이탈했다. 하지만 봉급쟁이로서 최선 다하면서 나 아닌 다른사람 일에도 관심 갖고 서로 윈윈하면서 업무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3년 김 씨의 경제는 참담했지만 또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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