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거창군 재무과 박성준 주무관

"전국 251개 시·군·구에서 감정평가사가 종이 도면으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 주택가격 검증을 하는 실태를 접하면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에서 대안을 찾아 골몰하던 끝에 직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거창군의 하위직 공무원 한 사람이 직무와 관련해 발명특허를 받아 전국적 화제가 되고 있다.

거창군 재무과에 근무하는 박성준(37·사진) 씨가 그 주인공으로 '부동산평가시스템'으로 발명특허(출원번호: 10-2013-0121169)를 받았다. 발명 명칭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네트워크 기반의 부동산평가시스템과 평가 방법'이다.

지난 2005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 씨는 처음 종합민원실에서 '개별공시지가' 관련 업무를 맡게 되고 이후 재무과로 옮겨 '개별 주택가격' 산정 업무 등을 접하게 되면서 업무의 특성과 문제점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개별 공시지가와 개별 주택가격 산정 등 부동산평가 업무는 읍·면간 및 시군 간 불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도별 지가현황을 분석하고 조사 대상 24만여 필지에 대한 변동자료를 관리하여 정기분, 수시분 조사에 반영함으로써 지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3000여 필지의 표준지에 대한 대표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별 표준지를 적절히 나누어 선정할 수 있도록 감정평가사에게 지목변경, 합병, 분할 등 변동현황과 실거래가 등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주된 일이었다.

1년에 두 차례씩 인접한 6개 시·군을 대상으로 경계지역에 대한 표준지 적용방법과 균형을 검토하는 협의회를 통하여 공시지가의 적정성과 균형 여부를 검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후진성에 눈을 돌린 박 씨는 평소 조금씩 익혀 온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나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명특허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부동산평가시스템의 주요 내용은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 검증 시 감정평가사에게 제공하는 종이도면을 디지털 전자도면으로 대체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매년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 검증을 위한 종이도면 출력에 200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에 따르는 보조인력 등 경상예산을 반복적으로 투입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불합리를 고쳐 보기로 작정한 박 씨는 2011년 7월부터 외부 전문 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해 왔다.

이후 일하는 틈틈이 지난 2년여 동안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려 왔으며 그동안 수십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치고 실제 업무 적용에 무리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끝에 지난 2013년 1월 특허출원을 했으며 현재 최종 행정절차만 남겨둔 상태로 내년 1월경에 특허등록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 부동산평가시스템을 도입할 때 거창군 자체적으로 3000만 원 정도의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는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부동산 평가 검증기능 개선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모바일 현장 시스템과 운용기능을 통합해 현장조사 결과 등을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각종 심의 회담 때 종이 회의서류 없이 전자 모니터에 바로 실행할 수 있고 실거래가, 민원접수, 메모, 사진 저장 기능, 원클릭으로 한 화면에 모든 자료를 볼 수 있어 업무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종이도면에 표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부동산 평가를 위한 가격 산정과 검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전망이다.

거창군에서도 이 같은 공무원 개인의 노력에 힘을 북돋워 주고자 지난 2월 8급에서 7급으로 특진시키는 파격적인 인사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다른 공무원들에게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시스템의 발명으로 그동안 '세정 세미나'와 '토지행정 세미나' 등에서 우수사례 소개와 함께 개발과정을 발표했으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우수정보시스템으로 현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가 최근 정부차원에서 내세우는 '정부 3.0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지난 10월 '지방 3.0 선도과제' 발표에서 전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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