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61) 김상수 사천 감마루농원 대표

감말랭이. 생감 못지않은 맛깔스런 주황빛을 띠고 있으면서 말린 과일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감의 단맛이 조화를 이뤄 자꾸 손이 간다. 화려한 생김새는 아니지만 군것질거리로 하나 둘 입에 넣다 보면 어느새 남은 것이 없다. 감을 통째로 말리는 곶감과는 달리 잘라서 말린다. 곶감 표면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하얀 가루도 없다.

보통은 먹다 남은 감이나 곶감 만들다 남는 감으로 말랭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오로지 감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감나무를 가꾸고 감을 수매하는 사람이 있다.

사천 감마루농원 주력상품은 '감말랭이'이다. 김상수(58) 대표는 부인 천순남(56) 씨, 딸 은아(33) 씨, 아들 영진(31) 씨와 함께 보다 달콤하고 맛깔스러운 감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 감말랭이는 다른 곳과 다르다. 보통은 마늘 알처럼 감을 잘라 말랭이를 만들지만, 이곳에서는 납작하게 썰어 말린다. 균일하게 말라 고른 맛을 내기 위해 김 대표 부부가 찾은 방법이다.

◇단감으로 만든 말랭이

감마루농원의 감말랭이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2만 1500㎡(6500평) 농장을 보유한 김 대표는 노동력 분산을 위해 블루베리 2300㎡(700평), 참다래 6600㎡(2000평)를 키우고 나머지는 모두 감을 키운다. 하지만 농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모자라 인근 농가에서 감을 사들인다. 물론 친환경으로 건강하게 키운 감이 대상이다.

"처음에는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단감으로 곶감을 만들면 맛이 없어요. 곶감은 떫은 감으로 만들어야 하죠. 실패였죠."

감말랭이.

고심 끝에 감 말랭이를 만들었다. 곶감이나 말랭이나 기본은 비슷하다. 감을 말리는 것. 따라서 단감 말랭이 역시 색깔 내기가 어려웠다. 아무런 인공적인 것을 가미하지 않고 생과일 그대로의 색깔을 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게 5년 전이다. 그리고 3년 전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습을 다스려라

"곶감 식으로 감말랭이를 만드니까 가장자리 부분은 맛이 있는데 가운데는 말랑하니 맛이 없었습니다. 덜 마르니까 곰팡이가 쉽게 생겨 보관기간도 길지가 않았습니다. 한번 구매한 사람이 다시 주문하지 않더군요."

사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농업 개발과제를 신청해 4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에 매달렸다.

"생각을 바꾸어 두께가 일정하도록 납작하게 썰었습니다. 그러자 바깥부분이나 중간 부분이나 맛이 일정해졌습니다." 핵심은 두께였다. 실험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것이 두께 7㎜였다. 이 두께를 알아내기까지 수많은 단감을 잘라냈다. 자른 감은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나하나 펴 놓아야 한다. 고르게 말리려면 겹쳐져서는 안 된다. 숙성할 때도, 건조실에 넣을 때도 일일이 손길이 가야 한다.

단감의 자연스러운 색을 유지하려면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다.

수확한 감은 저온창고에서 보관하다 기계로 껍질을 깎아 커트기로 일정한 두께로 납작하게 자른다. 그것을 채반에 얹어 하루 숙성시킨 후 건조기에서 이틀을 보내 45%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이것을 씨를 빼내고 0도 저장실에 보관하다 포장해 상품으로 내놓는다.

사천 감마루농원 상품.

"떫은맛을 없애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결국 하루 숙성시키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무엇보다 '습'이 중요합니다. 습을 다스리는 데 모든 것이 달렸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건조 과정에서 열풍기를 쓰지 않고 냉풍 건조를 합니다."

3년 전 무수한 연구 끝에 자신 있게 내놓은 상품은 먼저 소비자가 알아봤다. "서울 등지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나 박람회 등에 참가하면 우리 상품이 제일 먼저 동났습니다. 대도시에서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김 대표는 여러 가지 친환경 농법을 시도하다 지금은 미생물 퇴비 등을 사용하고 있다.

말랭이 만드는 데 드는 일손 때문에 과수원 규모를 확장하지 않고 있다. 인근에서 얼마든지 감을 수매할 수 있으므로 감을 키우는 일손을 줄이려는 의도이다.

"그런데 감말랭이는 젊은 층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들이나 찾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아 감 초콜릿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체험학습이라는 '관광'과 접목, 6차 산업으로 키우는 중입니다."

이곳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체험학습을 와서 단감 초콜릿을 만들고 간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보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맛을 찾고 있다.

◇감말랭이 수출 추진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김 대표 가족은 14년 전 사천에 자리 잡았다.

거름만 주면 나무가 절로 자라서 좋은 과실을 맺을 줄 알았던 부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위에 수소문해서 농사를 잘 짓는 5사람을 골라 무조건 배우러 다녔다.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고 충남벤처대학에 7개월간 다니기도 했다.

꾸준한 노력이 인정받아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사천시장 표창장(고품질 농산물 생산 및 유통)을 받고, 그해 농촌진흥청장 표창장(최고품질 우수상)을 받았다.

체험학습 온 아이들이 만든 감초콜릿.

감마루농원은 김 대표 혼자 힘으로는 일을 해낼 수 없다. 부인과 자녀들까지 온 가족이 매달리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4명의 머리가 낫습니다. 앞으로는 애들이 이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애들한테 포커스를 맞추고 애들 위주로 사업을 해 나갑니다. 그리고 모든 일은 가족이 의논해서 합니다."

감마루농원은 감말랭이 해외 수출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대만과 일본에 샘플을 보내 일본과는 10t 수출을 협의 중이다.

"한때 사천에는 감 재배 농가가 2500농가에 달했지만 지금은 1000농가에 불과합니다. 옛날 명성이 대단했던 '삼천포 쥐포'처럼 '단감 초콜릿'을 사천의 명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도에 놀러 가면 유자 초콜릿을 선물로 사오듯, 사천에 오는 관광객들이 감말랭이와 단감 초콜릿을 사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품 문의 사천 감마루영농조합법인 070-7747-6400.

건조실에서 말리고 있는 감말랭이를 김상수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추천이유>

◇이상규 사천시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담당 = 감마루농원 김상수 대표는 친환경과 웰빙, 그리고 친환경 휴식공간을 활용할 줄 아는 지역의 핵심 선도 농가로,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신기술 IT를 접목해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쉼 없이 노력하는 알짜배기 농업 CEO입니다. 김 대표는 오로지 친환경농업으로 고기능성 농산물생산, 안전·안심농산물 생산을 위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단감을 생산하는 벤처농업의 선두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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