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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용노동자'…아름다움 만듭니다

[동네사람]미용사 정석철 씨

박종완 기자 pjw86@idomin.com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소규모 동네사업이던 미용실이 전국적 규모의 전문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한 지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걸고 영업 중인 미용실이 성행 중이다.

호텔, 방송국에 이어 프랑스 굴지의 영화제인 칸 영화제 공식지정 살롱인 '프랑프로보' 지점장까지 했던 사람이 직접 머리를 만져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모든 경험을 쌓은 정석철(41·사진) 씨는 경남대학교 인근에서 '한가이'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정 씨의 이력은 화려했다. 1995년 미용계에 발을 내디딘 정 씨는 2년 뒤 서울 조선호텔에서 근무했고, 1999년에는 KBS 본사에서 근무했다. 이어 2002년에는 프랑프로보 강남점 지점장으로 일했다.

"은사를 잘 만났어요. 처음 근무한 곳은 홍대에 있던 미용실이었어요. 당시 자취하던 곳은 보증금 200만 원에 16만 원짜리 연탄보일러를 때는 허름한 집이었어요."

정 씨는 추운 겨울 열악한 환경 탓에 미용실에서 몰래 살았다.

"당시에는 나이도 어리고 제가 막 미용계에 입문한 막내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게 문도 열고 청소도 해야 했죠. 그래서 차라리 미용실에서 지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 파마가 너무 해보고 싶어서 가발에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새벽 1시 무렵에 들어오셨죠."

   

당시 정 씨는 불안하고 무서웠다. 2개월 남짓 일한 막내가 홀더로 가발을 말고 있었으니 크게 야단을 맞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됐다.

"원장님이 새벽에도 매일 같이 열심히 연습하는 성실한 직원으로 생각을 하셨던 거예요. 그 덕에 원장님 직속 보조미용사가 됐죠. 전 일종의 고속승진을 하게 됐어요. (웃음)"

대표의 사랑을 받으며 실력도 늘어갔지만 동시에 시기와 질투도 함께 받았다. 그러던 중 끝내 그만두려고 원장을 찾아갔다.

"보통 사직서를 내는 사람들은 그동안 잘 보살펴줘 감사하다는 말을 할텐데 저는 도리어 다른 미용실을 소개해 달라고 말했어요. 원장님도 처음에는 당황하셨지만 이내 호텔에 있는 미용실을 소개해주셨죠. 거기서 또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정 씨의 두 번째 미용실은 조선호텔에 있는 김영현 헤어였다. 하지만 첫 출근날부터 사람들이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3일을 보내고 4일째 출근 날 전 직원들이 축하해줬다.

"그 곳만의 규칙이었어요. 호텔 미용실은 일반 미용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일이 다반사예요. 그래서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참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통과의례였죠."

호텔 미용실이라 외국인들의 출입도 잦았다. 그 때문에 미용실에서 영어학원을 보내줬다. 외국인과 소통하려면 영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웠지만 제가 미용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4대 가맹점 출신이 아니라 실력이 늘 기회는 적었어요. 그래도 그곳에서 인격적으로는 확실히 성장했죠."

2년 뒤 정 씨는 KBS 본사로 이직했다. 지금은 기획사와 미용실이 연계를 많이 하지만 과거에는 많은 스타도 방송국을 찾았다. 정 씨는 당시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인기몰이 중이던 우희진과 신인배우였던 김선아의 머리를 직접 스타일링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한국에 진출한 '프랑프로보'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방송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소문이 조금 났던 모양이에요. 지점장도 일종의 계약직이었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다 정 씨는 당시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임미령 위원장을 만나면서 자신도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란 사실을 알았다. 참아야만 했던 부당 대우를 개선할 수 있는 자신의 법적 권리를 깨치고 미용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그 덕에 큰 미용실에는 가지 못했다.

그리고 2008년 통영에 내려와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지난해 경남대학교 인근에 가게를 열었다.

정 씨는 말한다. "서울에서 지낸 시간 덕에 지금의 제가 있어 후회는 없어요. 이제는 '한가이' 대표이자 미용노동자로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머리스타일을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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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기자

    • 박종완 기자
  •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사회부기자 박종완입니다. 창원서부경찰서 출입합니다. 환경, 여성, 장애인 등도 함께 담당합니다. 민원 사항은 010-4918-7303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