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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만 빠지면 음식 정말 괜찮을까

[까칠한 맛 읽기]화학조미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9월 25일 수요일

지난해 여름 <먹거리 X파일>은 국내 유명 냉면업체에서 사용하는 육수 대부분이 화학조미료와 인공감미료를 대량 혼합해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커다란 들통에 고기 한 점 없이 흔한 조미료와 사카린, 신맛의 구연산을 쏟아부어 끓여내는 육수 제조 과정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착한 냉면 가게'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한데 냉면 육수를 조리할 때 조미료를 넣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1910년대부터 냉면 육수에 조미료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에 따르면 1910년대 말 일본의 화학조미료 회사 아지노모도가 서울에 대리점을 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지노모도는 자신들이 내놓은 '아지노모도' 조미료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내고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지노모도는 평양 사람들이 냉면을 즐긴다는 사실에 주목해 아지노모도를 넣은 육수를 내세워 직접 평양에 냉면집을 열기도 했다. 평양냉면 업체 32곳을 모아 '면미회'라는 조합까지 만들도록 도우며 아지노모도 전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겨울철 담근 진장김치국(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동치미)에 쫄깃한 밀(또는 메밀)반죽 면을 말아내어 먹던 평양냉면이 1920년대 들어서 아지노모도의 신비한 맛이 첨가된 육수로 점차 변화하게 된 것이다.

평양냉면으로 70년 전통을 이어 온 서울 우래옥 냉면에도 미원이 들어간다는 점은 조미료가 한국 사람 입맛을 어떻게 휘어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조미료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구혜인 이화여대 강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조미료는 1908년 일본인 이케다 기쿠나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케다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다시마 국물 성분을 분석해 그 맛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는 기존의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을 아무리 섞어도 나오지 않는 독특한 맛이었다.

이케다 박사는 여기에 '우마미'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마미는 우마이(맛있는)와 미(맛)의 합성어로 우리나라말로는 진한 맛, 깊은 맛, 구수한 맛, 감칠맛 등 다양하게 쓰인다.

이러한 맛은 동양권 요리에서 매우 보편적인 맛으로 다시마 국물 외에도 가쓰오부시, 멸치국물, 고기국물, 표고버섯, 간장 등에서 나는 맛이다. 이는 1996년 미국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에 의해 우리 혀 가운데 이 맛을 감지하는 미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실체가 확인됐다.

   
  아지노모도의 인쇄광고. '국이 끓을 때에 잊지 아니할 것 - 어떠한 국이든지 아지노모도만 치면 얼마나 맛있는 국이 되는지 모릅니다.'  

아지노모도는 이케다 교수의 글루탐산 추출 특허권을 사들여 1909년부터 화학조미료를 만들어냈다. 감칠맛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물에 잘 녹도록 하고자 나트륨을 결합시켜 대량생산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L-글루탐산나트륨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MSG'(Monosodium Glutamate)다.

이 화학조미료는 설탕을 발효시킨 당밀에 글루탐산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을 투입해 글루탐산 발효액을 만든 다음, 식품용 수산화나트륨을 넣어 건조 후 결정화시켜 탄생한다. 일부에서는 미생물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라 화학조미료라기보다 천연발효물질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유자재 - 이것만 있으면 이 세상 음식은 자유자재로 모두 맛있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무해론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이 소금 5g인데 반해 MSG는 무제한으로 섭취를 해도 된다고 규정함에 따라 나트륨이 적은 화학조미료가 소금보다 건강을 덜 해친다고 주장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2010년 평생 먹어도 무해한 식품으로 발표한 점을 예로 드는 사람도 있다.

반면 건강을 위해 소금과 설탕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것처럼 화학조미료 역시 안전한 섭취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최대한 적게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많다.

한데 이런 논쟁은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거대식품기업 이윤 창출에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식품기업들이 참살이 열풍과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에 편승해 기존과 별차이가 없는 제품을 비싸게 팔려고 내놓은 꼼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예컨대 일반 제품이 100원이면 MSG 무첨가 제품은 500원 등으로 책정해 네이밍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단지 MSG라는 명칭을 빼고 '복합 양념', '○○시즈닝', '감칠맛 조미분' 등 변형된 화학조미료를 첨가해 소비자 눈을 속이는 행위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화학조미료는 근대의 산물이다. 때문에 한국 근대 식문화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전근대 조선의 식문화는 개별적이면서도 가변적이었다. 손맛은 요리를 하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었기에 당시 사람들은 나름 풍성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조미료는 이런 다양한 맛을 획일화하고 통제 가능하게 만들었다. 근대적 기호인 조미료는 맛의 개별성을 부정하고, 일제가 조선에 바라던 신식·균질·기계·통제·표준화의 모델로도 상징성을 가졌다. 또한 과학적 기호로서 깨끗한 공정과 처리, 일정한 맛의 유지 등을 상징한다. 화학조미료의 과학적 기호는 오늘날처럼 대중의 소비욕구가 높고, 외식문화가 발달한 때일수록 더 큰 상징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인체 유·무해를 떠나 화학조미료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관심을 가지며 주체적 소비자로서 기능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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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