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윤차원·신정연 부부

윤차원(46·한울타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신정연(31) 부부는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렸다. 남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 길을 헤친 둘은 이제 "함께라서 하루하루 아주 행복합니다"라고 한다.

윤차원 씨는 지난 2008년 장애인작업장을 오픈했다. 신정연 씨는 이곳 직원이었다. 어느 날부터 차원 씨 눈에 정연 씨가 들어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참 바지런한 사람이에요. 매사에 열심히 살려고 해요. 그리고 생각이 늘 긍정적입니다. 부정적일 때가 한 번도 없어요. 그런 모습이 들어오면서 직원에서 여성으로 보이기 시작했죠."

사실 정연 씨도 차원 씨를 마음에 두고 있던 터였다. 처음 볼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자신을 다른 직원과 똑같이 대하는 차원 씨가 때론 섭섭하기도 했다. 그 속마음을 숨긴 시간이 제법 됐지만, 마침내 차원 씨 고백에 "사랑해요"라고 답할 수 있었다.

   

이제 둘은 사장·직원 관계 아닌 연인이 돼 몰래 연애를 이어갔다. 만남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둘은 앞날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했다. 물론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 버티고 있었다. 차원 씨는 지체장애 1급, 정연 씨는 지적장애 3급이다. 나이 차이는 15살 난다.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다.

"결혼 전에 집사람이 그런 걱정을 하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자기 곁을 떠나는 건 아닌지…. 저는 그랬죠. '내가 당신한테 버림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둘을 잇게 한 장애인작업장은 2011년 결국 문을 닫았다. 차원 씨는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연 씨는 아픔을 함께 나누려 했다. 둘 믿음은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난관은 여전했다. 정연 씨 어머니 반대가 만만찮았다. 딸 가진 엄마 마음은 그런 법이다. 사위 되겠다는 사람이 몸도 편치 않고, 나이도 딸보다 워낙 많은데다, 직장도 든든해 보이지 않으니, 쉽게 마음 열 수 없었다.

   

"장모님이 반대를 워낙 많이 하셨어요. 제 몸이 그런데다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는 것이 먹고 살만한 직장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던 거죠. 거기에다 집사람이 했던 걱정과 마찬가지로, 제가 지금은 좋아서 이러다 나중에는 책임 못 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도 크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둘은 진실로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고, 결국에는 장모님도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둘은 그렇게 지난 5월 26일 경남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세대 차이가 좀 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제가 집사람한테 맞춰야지요. 저는 스마트폰이 별로 취미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집사람이 좋아하니 같이 배우고 게임도 하고 그래요. 집 사람이 인지 능력이 좀 떨어지다 보니, 주위에서는 둘 관계에서 내가 모든 걸 주도할 거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내가 집사람한테서 늘 맑은 정신을 배우죠. "

   

차원 씨는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런 남편을 위해 정연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조를 잘해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야지요."

물론 정연 씨도 자기 일이 있다. 우체국에서 근무한다.

둘은 신혼집을 월세로 시작했다. 아직 갚아야 할 빚도 남아있다. 그래도 둘은 함께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차원 씨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이 가정을 이루기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습니다. 저 역시 모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행복할 뿐입니다. 지체·지적 장애가 부부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좋은 부부애를 보여서 주변에 희망을 한가득 안겨드려야지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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