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청년 노동운동하는 조용한 씨

'청년유니온'이라는 조직이 있다. 청년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해 그들 스스로 만든 노동조합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일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15~39세 노동자가 가입 대상이다. 비정규직·아르바이트생·프리랜서가 주 대상인 셈이다. 청년유니온은 교섭·쟁의권을 넘겨받아 그동안 외면됐던 권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도내 지역, 즉 '경남 청년유니온'은 조합원 100명을 모아 이달 내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이를 주도하는 이가 조용한(34·사진) 씨다. 그는 경남청년희망센터 정책국장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했어요. 이전처럼 더 이상 정치권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 중심에 청년희망센터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모태가 되어 청년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조 씨는 청년유니온 역할에 대한 예를 쉽게 들었다.

"어느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들은 각종 수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노동부에 고발하고, 본사에서 1인 시위를 펼쳤습니다. 결국 본사로부터 사과문을 받아내고, 수당도 일정 부분 지급 받을 수 있었죠. 큰 미용실 스태프들 가운데 견습생은 60만 원가량 받아요. 최저임금 위반에 야간수당도 없어요. 단지 배우는 기간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이들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벌여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을 청년유니온 조합원에 가입시키는 것이 우선이죠."

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벽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개선하려 하지 않는 당사자들이다.

"젊은 친구들은 사업주에게 돈을 못 받더라도 귀찮으니까 그냥 넘어가려 해요.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은 사회적 요인도 크지만, 결국 본인들이 그렇게 규정했기 때문이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이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행히 그럴 때마다 또 희망적인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조 씨는 창원대학교 재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활발히 했다. 집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이를 해결해 준 이가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축제기간에 학교로 찾아오셨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못하게 설득하기 위해서였죠. 그런 아버지가 축제 주막에서 우연히 권영길 전 의원을 만나 긴 얘기를 나누셨어요. 그다음부터는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셨죠. '말려서 될 것도 아니고, 이왕 하는 거라면 뱀 꼬리 아닌 용 머리가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졸업 후에는 전공(신문방송학)을 살리기 위해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아는 선배 권유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에 들어갔다.

"2년간 정책 쪽 일을 맡았죠. 주로 청년 문제, 교육 문제를 다뤘어요. 있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당사자들 목소리보다 사탕발림에 가까운 정책만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됐죠. 청년들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내 또래를 바꾸기 위해 그 안으로 직접 뛰어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경남청년희망센터 상근자로 가게 됐죠."

조 씨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또 회사에서 대리직급을 단 이들도 있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5000만 원짜리 집에 살아야 할 사람이 1억 원짜리에 산다면, 엉뚱한 욕심 때문에 다른 것은 포기하는 것과 같잖아요. 한 번 씩 그리 사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100명 가운데 저 같은 사람도 1명은 있어야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사는 게 즐겁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뜻이 다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걸 찾아가는 하루하루가 무척 즐겁습니다. 아직 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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