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편의점 이야기(6) 머리 맞대는 점주들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인터넷 카페를 통해 2010년 1월 만들어졌다. 5월 현재 2000명 넘는 점주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대의원회·운영위원회가 있고, 지역별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흩어져 있던 '불공정 계약에 대한 점주 불만'이 집약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현우(가명·57·창원시) 씨는 지난 3월 이 단체를 알게 됐다. 5년 장기계약·24시간 강제영업·송금연체수수료·영업지원금·위약금·강제발주…. 혼자만 유별나게 분노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지난 4월 창원시 한 찻집에서 창원지역 점주들이 모였다. 김 씨를 비롯한 10여 명이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모임에 관심 둔 대부분은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다. 지출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시급 센 새벽 시간대는 스스로 편의점을 지킨다. 잠잘 시간을 포기하고 낮 1시 30분 모임에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 서로 처음 보는 사이다. 그래도 낯섦이란 없다. '본사를 향한 공분' 하나만으로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나 마찬가지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저마다 속에 있던 화부터 풀었다.

"'갑생을사'입니다. 본사만 배를 불리고 점주는 죽는 겁니다."

"5년간 종속해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변호사·법무사조차 그래요. 가맹계약서를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답니다."

"논두렁에 입점해도 본사는 돈을 벌어요."

한참 만에 분위기가 좀 진정됐다. 그러자 한 사람이 진행에 나섰다. 가맹점주협의회 박정용(56) 부회장이다. 그는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저는 사정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그나마 자리가 괜찮은 곳이거든요.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처지입니다만, 이 불합리한 현실을 두고 그냥 있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앞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은 가맹계약서를 넘기며 불합리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계약 기간 가운데 '계약갱신' 조항이다.

'회사 또는 경영주가 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사이에 상대방에게 조건의 변경에 대한 통지나 가맹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의 통지를 서면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동일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계약 만료 전 3~6개월 전에 갱신을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이다.

영업시간 관련 조항이다. '… … 연중 무휴, 1일 24시간 영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미 한 마리 없는데도 무조건 24시간 문 열고 있어야 합니다. 야간 매출 2만~3만 원인 곳도 많은데, 인건비가 배로 들어가는 거죠."

'영업지원금 제도'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가자 참석자가 앞다퉈 말했다.

"월 500만 원 보장?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미끼잖아요. 개발담당한테 완전히 속았어요. 그 친구는 회사도 그만둬 이제 연락도 안 돼요."

위약금 얘기로 접어들자 김 씨가 안쪽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냈다.

"개점 1년 2개월 시점에서 위약금을 뽑아보니 6893만 6550원이에요."

'매출금 송금 연체료'도 있다. 매출액을 매일 본사에 송금해야 하는데, 은행 마간 시간인 오후 4시까지 넣지 못하면 하루당 1만 원을 물어야 한다.

강제발주에 관해서는 각자 사례를 공유했다.

"명절 선물세트 상품은 다 못 팔고 애물단지처럼 놔둡니다."

"빼빼로데이 상품 가운데 반은 폐기했어요."

"숙취 제거 음료가 새로 나왔다며 FC 직원이 밀어 넣었어요. 6개월 가까이 한 병도 안 팔렸어요."

박 부회장은 보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험료는 점주가 부담하는데 본사만 손해 안 보게 되어 있습니다. 강도한테 당해 몸을 다쳐도 보상도 못 받아요. 점주는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계약서 일부 내용을 변경 적용토록 했다. 중도해지 위약금 부담 인하, 영업지역 보호조항 마련 등이다. 하지만 점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50m 이내 신규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끼리만 해당하는 겁니다. 그것도 단서 조항이 있어요. 왕복 8차로 이상 도로, 대학 등 특수상권에서는 예외로 한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어요?"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한 소송에 힘을 모으고 있다. '담배광고비 정산금 청구 소송'이다. 편의점 내 담배진열장·계산대 주변에는 담배회사 광고물이 설치돼 있다. 담배회사는 그 수수료를 본사에 지급한다. 본사는 점주에게 한 달 30만 원가량 지급하고 있다. 점주들은 매장 하나당 광고료 수익이 200만 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사에서는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담배 허가는 점주들이 자기 이름 걸고 받아요. 그런데 담배광고료는 본사로 들어가는 구조부터 말이 안 돼요. 배분하더라도 매출이익률대로 점주 몫이 65% 이상 되는 게 당연하지요."

박 부회장은 소송 관련 서명지를 나눠줬다. 점주들은 자리를 뜨며 말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함께 합시다." <계속>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