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지환·곽봉화 부부

지난 2011년 살인 미수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외국인이었다. 목숨에는 지장 없었지만, 큰돈 들어가는 수술이 필요했다. 피해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경남지방경찰청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인 곽봉화(여·32) 경장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특채로 들어와 경찰 일을 막 시작한 무렵이었다. 의지는 있지만, 도울 방법을 찾는데는 서툴렀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 김지환(35) 경장에게 연락했다. 관련 서류도 요청하고, 이런저런 조언도 얻었다. 다행히 피해자 수술비를 지원할 수 있었다. 도내 외국인 범죄피해자에게 처음으로 지원한 사례가 됐다. 두 사람 모두에게 보람된 일이었다. 단지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둘은 1년 후 '부부'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사실 외국인 피해자에게 누구하나 관심두지 않는 현실이죠. 그런데 발벗고 나서는 아내 모습이 참 대견했죠. 저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죠."

처음에는 전화 통화, 내부 메신저를 통해 업무 관련 대화만 나눴다. 그러다 서류 주고받을 일이 있어 얼굴까지 보면서 자연스레 가까운 사이가 됐다. 물론 동료로서 말이다. 외국인 피해자에게 도움 준 이후에도 둘은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이어졌다.

"아내는 수사 업무를 잘 모르다보니, 저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왔죠. 같이 밥도 먹고, 또 다른 경찰관 도움이 필요하면 소개도 해줬죠. 봉사활동 나갔다가 또 우연히 만나기도 했고요. 아내는 부산 살다 이곳 창원에 발령받았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보니, 저한테 의지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죠."

둘은 성격 유형이 완전히 다르다. 심리유형테스트에서 극과 극으로 나올 정도다. 여자는 경찰관 되기 전 부산에서 여성아동심리치료 일을 했다. 다른 사람 이야길 잘 들어주고,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남자는 수사관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아주 현실적이고, 눈앞에 놓인 일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너무 다르면 불편할 수 있겠다 싶지만, 둘에게는 그 점이 호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에게서 채울 수 있었다.

단둘이 떠난 여행에서 남자는 이벤트를 연출하며 여자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연애는 시작했지만, 같은 울타리에서 일한다는 점은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둘이 사귄다는 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일부러 말하지도 않았으니, 비밀연애를 한 셈이죠. 창원 시내에서 둘이 함께 가다 동료들에게 몇번 들키기도 했죠. 그래서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아내는 부인을 좀 했죠."

지난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 돌리면서 둘 관계는 공인됐다. 이미 소문이 나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몰랐던 동료들은 많이 놀랐다.

"경찰커플이 그리 적지는 않아요. 대부분 동기라든지, 함께 공부한 사이라든지, 얼굴 볼 일이 많은 부서라든지, 그런 경우죠. 저희는 근무하는 공간도 본관·별관으로 다르니, 공통점이 전혀 없죠. 다들 좀 놀라워했죠."

   

연애에서 결혼까지 1년 남짓된 시간이었다. 경찰 일을 10년 가까이 한 남자야 자리잡아 큰 문제는 없었지만, 경찰 업무를 갓 시작한 여자는 결혼이 부담스럽고, 또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남자가 잘 리드해서 이를 어렵지 않게 극복했다.

얼핏 생각하면 경찰조직에서는 커플 탄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내부 미혼 남녀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다.

"단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많습니다. 우리 일이 특수하다보니, 서로 이해하며,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죠. 미혼인 동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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