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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에 더해진 사람 향기…마음 나누는 '착한 밥'

[경남맛집] 창원 신월동 '우렁각시'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1월 23일 수요일

창원 신월동 경남지방조달청 정문 맞은편. 도청과 도의회를 경계짓는 도로변에 위치한 이 곳은 일찍이 한정식을 중심으로 한 고급 식당들이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단골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에 이들이 식당에서 벌인 에피소드 등 갖가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오래도록 명성을 이어오는 집이 많다. 이러한 고급 식당가 사이에 너무도 소담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특별한 식당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지역사회에서 '착한 가게'로 소문난 곳. 바로 '우렁각시'다. 우렁각시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사회적기업 설립 취지에 따라 '가사관리사'들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과 4대 보험 가입과 휴일 일과 수입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흔히 '가사관리사'는 사회적 인식이 썩 좋은 편이 아닌데다, 안정된 직장이 아니다보니 4대 보험을 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입마저 불안정하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편으로 사단법인 경남고용복지센터에서 설립했다. 2011년 창원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경남형으로 갈아탔다. 오는 5월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을 예정이다.

   

'우렁각시'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하루 동안 사용할 양만큼 재료를 사 하루 안에 모두 소비한다는거다. 모든 재료는 최대한 국산을 쓰고자 노력함과 동시에 음식에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하는 음식은 따로 없다. 그날그날 반찬이 달라지는 '정식'이 전부다. 한 끼 5000원이라는 바람직한 가격에 건강한 음식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식단은 시골 밥상 분위기에 소박한 인심이 돋보인다. 취재차 방문한 지난 21일 정식에는 흰 쌀밥에 조갯살 미역국, 고등어 구이, 계란말이, 버섯 볶음, 오이 무침, 연근 조림, 김치가 밥상에 올랐다. 푸짐하지 않지만, 푸근한 정이 느껴졌다. 음식은 하나같이 슴슴한 것이 기본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을 잘 살리고자 노력한 티가 역력했다.

반찬은 맵거나 짠 자극적인 맛이 나지 않았다. 흔히 달달한 물엿을 많이 넣어 끈적하기 마련인 연근 조림은 단맛은 덜 낸 뒤 연근 특유의 아삭한 맛을 잘 살려내 먹기 좋았다. 신선한 버섯을 생으로 살짝 볶아내 버섯이 가진 쫄깃한 식감을 버리지 않았다. 덕분에 입에서 씹으면 씹을수록 향이 그윽하게 살아나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단순히 '정식'만 파는 것은 아니다. 예약을 통해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모두 만든다는 방침 아래 삼겹살 구이나 오리주물럭도 해 줄 수 있다.

날마다 바뀌는 정식 메뉴 탓에 행여 그날 준비되지 않은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도 미리 전화만 주면 만들어 준다.

다양한 음식 중에서도 자신 있는 한 가지는 바로 '김밥'이다. "예약 주문이 들어오면 대량으로 만들어내는데, 음식에 들어가는 계란 지단, 나물, 우엉은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굽고, 볶고, 졸여내 만들어요. 이 때문에 웬만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이 나요. 주문해서 드셔 본 분들이 다시 찾는 때가 많아요"라고 정윤심 대표는 말한다.

   
  성주사 곰절마을에서 생산한 생강으로 직접 만든 생강차.  

대표와 주방장, 주방일과 서빙을 맡은 인원까지 모두 5~6명이 일한다. 이들 중 서빙 인원은 대개 '가사관리사' 분들이다. 일주일에 3일 또는 4일 정도 일하다보니 중간에 쉬는 날 우렁각식에 와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예비사회적기업인 덕에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인건비가 적게 들다보니 음식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는 여

건이 마련된다. 정식 가격이 5000원인 것도 이 덕분이다.

그렇다고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기업이나 단체에서 여는 야외 행사에서 밥을 해 주는 일도 한다. "사회적기업 존재 조건 중 가장 우선되는게 '수익'이 나느냐 마느냐거든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돼요(웃음). 사실 우렁각시에서 제일 큰 수익이 남는 게 야외 행사예요. 저희는 언제나 음식은 자신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알고 찾아주시면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내부 사진도 찍을 겸 혹시나 해서 주방에 들어가봤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위생관리가 돋보였다. 혹시나 해서 주방 구석구석을 살폈다. 화학조미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아주 꼼꼼하게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소금, 설탕, 후추, 깨소금 외 조미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덕분에 더욱 신뢰가 갔다.

'우렁각시'가 예비사회적기업이다보니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가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이들은 대체로 점심 시간 회의 겸 식사 겸해서 들르는데, 한 번에 3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전에 운영하던 식당 인테리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지만, 황토빛 은은한 전통적인 분위기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 번에 3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큼직한 방은 특히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회의와 식사를 겸하기 위해 자주 들른다.  

반면, 아직은 일반인 식사 손님이 많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주변에 도청이나 산하 기관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이 있잖아요. 그래서 공무원 분들은 저렴한 가격이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기 마련이라 일반 손님이 잘 없어요. 외부 손님이 오면 고급 한정식집에 가기 마련이고…."

신임 홍준표 지사의 '구내식당 사랑'이 연일 화제다. 부패 유착 고리인 지역유지와 거리두기는 물론, '서민도지사' 이미지 만들기에도 이만한 것이 없다.

반대로 도청 직원을 바라보고 영업하는 도청 주변 식당들은 걱정이 많다. 몸소 구내식당만 이용하니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반 밥집 모두 이 여파가 너무 오래갈까 봐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가 도청 앞, 가격이 싼 서민 식당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될 수 있으면 사회 내 소외계층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 식당이면 더 좋겠다. 선거 기간 동안 아버지는 일당 800원 경비원에, 어머니는 파출부로 일하며 어렵게 살아온 '진짜 서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취재를 하며 문득 든 생각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정식 50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상남로 258(신월동) 지하. 055-266-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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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