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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노동자 추억 되살리는 '고향의 맛'

[경남맛집]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베트남 전통 쌀국수'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1월 16일 수요일

몇 년새 전국에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졌다. 급격한 세계화 바람 속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소규모 제조업 공장과 결혼적령기를 훌쩍 지난 농촌 남성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싸고 생활문화가 비슷한 베트남에서 많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들어온 데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베트남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져 수요가 늘어난 요인도 있다.이렇게 '베트남 음식'은 한편에서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자국 음식이 그리워 어렵사리 재료를 구해다 해먹은 눈물섞인 음식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한때 즐긴 여흥의 즐거움을 다시 추억하게 하는 행복한 음식이다. 한데 이마저도 대자본이 내뻗은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프랜차이즈화됐다. 이렇게 문화가 산업으로 변하는 순간, 음식은 제 맛을 잃었다.

"'샤브향'이나 '꽃마름' 같은 데서 파는 월남쌈이나 베트남식 샤부샤부는 베트남 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을 마치 베트남 식처럼 파는 거예요.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데 가면 맛 없어서 못 먹어요." 창원시 팔룡동 경남이주민센터 맞은편에서 '베트남 전통 쌀국수'를 운영하는 티타오 씨는 현재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음식이라고 알고 즐겨 먹는 음식 대부분은 대부분 제대로 된 베트남 음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해물국수'는 새우·갑오징어 등 풍성한 해물과 함께 올려진 삼겹살 수육이 인상적이다.  

경남에 사는 이주민들이 먹는 색다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경남이주민센터를 통해 이주민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 곳을 추천받았다.

이렇게 해서 추천받은 곳이 경남이주민센터 맞은편 티타오 씨가 운영하는 '베트남 전통 쌀국수'다.

이 집은 베트남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 때문에 창원에서 '정통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쌀국수)를 비롯해 해물 국수, 해물 샤부샤부, 모둠 샤부샤부, 베트남식 튀김 만두 '짜요' 등을 판다.

   
  고기 육수에 소고기 고명을 얹은 '쌀국수'는 달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 중에서 샤부샤부류는 베트남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내놓지 않는단다. 때문에 쌀국수와 해물 (쌀)국수, 그리고 짜요를 맛보기로 했다.

쌀국수의 기본이 되는 육수는 한우 갈비를 이용해 뽑는다. 호주나 미국산은 웅숭깊은 맛이 나지 않아 쓸 수 없단다. 이렇게 뼈를 8시간 우려내 뽑은 육수에 계피 껍질과 베트남산 파, 소금을 넣어 개운한 맛을 낸다. 면은 베트남에서 직접 수입해 사용하는데, 면적이 넓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쌀국수에는 생면에 가까운 '반 건면'을 쓰는데, 쌀 맛이 많이 나는 반면, 소화가 잘 돼 금방 배고파지는 단점도 있단다. 고기 육수에 면을 넣고 나면 따로 준비한 소고기 고명이 얹어진다. 호주산 등심을 얇게 저며 생강과 쪽파를 갈아만든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재워 둔 것을 90℃ 정도 더운 물에 살짝 데친 후 국수에 올린다. 여기에 쪽파를 송송 썰어넣으면 완성이다.

해물 국수는 육수가 조금 다르다. 기본 육수에 무와 당근을 넣어 다시 끓여 시원한 맛을 돋운다. 면은 베트남 쌀국수와 달리 면적이 좁고 질감이 단단한 '건면'을 쓰는데, 반 건면에 비해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더해져 오감을 살린다. 해물 국수답게 새우, 갑오징어 등 해물이 풍성하게 오르는데, 함께 올려진 삼겹살 수육이 인상적이다.

"베트남 음식에는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아요. 베트남에서는 원래 육수도 돼지고기로 내는데, 한국 돼지뼈는 베트남처럼 맑고 시원한 맛이 안 나와요. 이 때문에 소뼈를 이용해 육수를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우리집)베트남 쌀국수에는 어차피 소고기가 들어가니까 돼지고기를 올리지 않은 것이고요."

   

두 국수 모두 맛을 봤다.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것이 흡사 진하게 잘 끓여낸 갈비탕과 비슷했다. 베트남 쌀국수는 면이 부드러워 별달리 씹을 새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약간 달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옅게 입안을 맴돈다. 한층 더 시원깔끔한 맛이 나는 해물 국수는 전날 먹은 술이 몸 속을 뜨겁게 헤집을 때 이를 풀어주는데 안성맞춤이다.

국수에는 기호에 따라 상추와 숙주 그리고 고수를 넣어먹으면 된다. 이 집은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처음부터 국수에 고수를 넣어주지 않는다. 이국적인 향미를 느끼고 싶을 때 적당히 곁들이면 된다.

하나 아쉬운 점은 '해물 국수'임에도 해물이 내는 바다 맛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물 국수는 해물 고명이 얹어진 까닭에 붙은 이름같으니 유념하고 맛을 보는 것이 좋다.

만두 '짜요'는 중국 음식인 '춘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삼겹살과 당근, 목이버섯을 잘 다진 후 소금으로 살짝 밑간을 한 다음 얇게 밀어낸 쌀 전병(라이스 페이퍼)에 돌돌 말아 튀겨냈다.

쌀 전병을 튀겨낸 만큼 밀가루 전병과 비할 수 없는 바삭함이 입을 즐겁게 한다. 별다른 양념없이 소금 밑간만 되어 있어 맛이 심심하다 싶은데, 이때는 함께 나오는 고추 소스에 찍어먹으면 맛이 한층 산다.

소스는 생고추, 후추, 마늘, 멸치액젓, 레몬, 설탕을 넣어 만드는데 살짝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접시에는 토마토와 오이가 함께 올려져 있는데, 이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먹는 채소들이다. 짜요 한 점과 토마토를 함께 곁들이면 마치 베트남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법도 하다.

취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티타오 씨는 "베트남 사람들 입맛은 사로잡을 자신이 있는데, 아직 한국 사람들 입맛에 음식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한국 사람들 입맛이 베트남 전통 음식 맛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을 밝혔다.

티타오 씨는 한국 사람 입맛을 걱정했지만, 적어도 기자 입에는 이날 먹은 모든 음식은 한국 사람들이 먹어도 좋아라 할 만큼 맛에 손색이 없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볶음밥 6000원 △베트남 쌀국수 6000원 △해물 국수 6000원 △베트남 튀김 만두 짜요 60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이주민센터(152-7) 입구 맞은편. 010-8498-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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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