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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걸음 붙잡는 어묵 향연…몸과 마음 '스르륵'

[경남맛집] 창원 오동동 '숙이오뎅'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1월 02일 수요일

따뜻한 남쪽 나라는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경남지역 12월 기후가 언제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구한일온(九寒一溫)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평생 눈 구경하는 게 소원이라던 경남 내륙지역에 때이른 눈 폭탄도 내렸다. 눈발이 멎은 자리에는 다시 찬 기운이 살을 엔다. 길을 걷다보면 배는 고프지 않은데 당장에 한기는 물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바로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이다. 요즘 같은 혹한에는 어묵을 파는 길거리 음식점마다 뽀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뜨뜻한 어묵 국물에 탱글한 꼬치 어묵 하나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린다. 한두 개 먹다보니 어느새 추위는 성큼 물러난다.

한창 이맘때와 같은 겨울 날씨를 이기려면 내 입맛에 맞는 길거리 음식점 하나를 단골집으로 정해두면 좋다. 주인장 안면을 익혀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굳이 어묵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반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맛있는 어묵과 함께 사람사는 향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

마산 오동동 우리은행 옆에 있는 '숙이오뎅'이다. 이 집 주인 김영숙(62) 씨는 올해로 9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에 여념이 없다. 이름이 영숙이다 보니 이름도 자연스럽게 숙이 오뎅이 됐다.

이집은 철골 구조 간이 건물에 인도변으로 천막을 덧씌운 포장마차 형태를 띤다. 건물 내부에는 테이블 두 개에 여남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숙이오뎅에서는 흔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을 판다. 인도변으로 난 매대에는 어묵, 떡볶이, 순대 등이 먹음직스럽게 익어 손님을 기다린다.

   
  철골 구조 간이 건물에 천막을 덧씌운 포장마차 형태의 '숙이오뎅'. 주인장 안면을 익혀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에 반해 어느새 추위는 성큼 물러나는 듯하다. /박일호 기자  

그 중에서도 단연 자랑할 만한 것은 바로 '어묵'이다. 마산 창동과 오동동 일대에는 부림시장 내 분식집을 포함해 길거리 음식점만 십 수개에 이른다. 하지만, 양질의 고급 어묵을 파는 곳은 숙이오뎅 외에 아직 찾지 못했다.

"아마 마산에서 이런 어묵을 갖다 쓰는 곳은 우리집 말고 없을 겁니다." 대다수 다른 곳은 어육과 밀가루 함량이 비슷하거나 밀가루 함량이 높은 얇은 사각어묵을 주로 사용한다.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반찬용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다양성을 위해 막대어묵이 더해지는 편이다.

반면 숙이오뎅에서 파는 어묵은 종류만 대략 6가지가 넘는다. 일반적인 '사각 어묵'과 '막대 어묵'에 더해 '치즈 어묵', '고추 어묵', '잡채 어묵', '야채 어묵' 등이 있다.

모두 고급 꼬치 어묵용으로 생산된 것이다. 이들은 시기와 계절에 따라 들여오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기자가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까지 더하면 족히 8가지는 넘어 보인다. 사각어묵과 막대어묵은 다시 일반 어묵과 매운 어묵으로 구분이 된다. 여기에 떡 꼬치와 곤약까지 더해지니 이른바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묵들은 고급 어묵답게 크기도 큼지막한 것이 두께도 두꺼워 씹는 맛이 일품이다. 밀가루 함량이 낮아 어육을 갓 튀겼을 때 나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다. 두꺼운 만큼 씹으면 씹을수록 어묵이 가진 특유의 고소한 육즙이 그득 배어난다.

특히 칼로리가 낮아 참살이 다이어트 음식으로 이름난 곤약은 두께 3㎝에 길이 10㎝짜리 큼지막한 덩어리 하나가 끼워져 있어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비만인도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숙이오뎅은 '국내 어묵 본산지'로 불리는 부산에서 맛있는 고급 어묵만 들여온다.

"마산에서는 이렇게 좋은 어묵을 많이 만드는 데가 잘 없어예. 어시장에도 어묵 만드는 데가 있는데, 많이는 못 만들고 대부분 반찬이나 간식용을 주로 만들어서, 비싼 꼬치용으로는 마땅치가 않아예."

이들 어묵에는 맛을 더하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국물이다. 어묵만큼이나 국물도 일품이다. 남해에서 잡아 말린 신선한 멸치를 기본으로 무와 대파, 고추 그리고 꽃게 등을 넣어 맛을 낸다.

한데 국물 맛에 깊이를 더하는 또 하나 중요한 재료가 있다. 보리새우가 그것이다.

   

이 집 어묵 국물에는 마른 보리새우가 많이 눈에 띈다. 보리새우는 어묵 국물에 깊은 바다향을 안긴다. 더불어 구수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내 국물에 감칠맛을 더한다. 겨울에는 일반 어묵과 함께 매운 어묵을 내놓는데, 덕분에 이맘때 만들어내는 국물에서는 칼칼함도 배어난다. 굳이 어묵을 먹지 않아도 어묵 국물 한 모금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렇게 맛이 더해진 어묵을 특제 간장 양념에 찍어먹는 맛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양념 간장은 양조간장에 청·홍고추 그리고 양파를 함께 넣어 만든다. 국물에 어묵이 많이 들어가다보면 어묵 내에 밴 기름이 많이 흘러나와 느끼한 맛이 돌기도 하는데, 이를 양파가 시원깔끔하게 잡아준다.

이 밖에도 기호에 따라 새콤 달콤한 맛이 색다른 고추장 양념, 또는 떡볶이 양념으로 그 맛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간장 소스에 든 양파는 이쑤시개로 찍어 먹을 수 있는데, 언제든 무한 리필이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부끄러운 듯 수줍음이 많은 수더분한 주인 아주머니가 베푸는 친절은 덤이다.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손님에 대한 배려와 정이 뚝뚝 묻어나온다. 추위에 손이 꽁꽁 언 날, 술에 거나하게 취해 속이 허할 때, 가족들에게 술 먹은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급히 해장이 필요할 때 찾아가 맛을 보면 더욱 좋다.

   

어묵, 떡볶이, 순대 외에도 계절음식으로는 여름 식혜와 겨울 단팥죽이 있다. 어묵, 떡 꼬치, 곤약은 한 개에 700원. 식혜는 1000원. 단팥죽은 3500원이다.

국물, 각종 소스, 양파 무한 제공. 아! 참고로 전화를 놓지 않았단다. 휴대전화가 있지만, 안 가르쳐 주신단다. 주인 아주머니 일갈. "오뎅 무로 오는데, 간판 따지고 전화 걸고 합니까, 오데."

그냥 알음알음 찾아가면 된다. 마산 코아양과에서 어시장 방면 40m 전방. 참여성병원 맞은편, 우리은행 옆 주차장 입구 귀퉁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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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