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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한점에 추억·우정 담긴 '인생의 맛'

[경남맛집] 남해군 미조면 촌놈횟집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이번 맛집은 '명사가 추천한 맛집'이다. 명사는 스스로 '촛불시인'으로 부른다. 현재 우리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알아주는 저항시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바로 오인태 시인이다. 시인은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Facebook)을 한다.

시인이 쓴 이야기는 늘 사람들 눈길을 끈다. 시대 정신과 사회 비판, 시작(詩作) 등 가치관이 묻어나는 글은 깊은 영감을 준다. 또 한 가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음식'이다. 매일 오후 6~7시 사이 별다른 일이 없으면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음식 사진'이 올라온다.

대부분 손수 만든 저녁밥상이다. '미역바지락수제비', '찐채소말이밥', '쇠고기국밥국수', '달걀전을 곁들인 굴떡국' 등등. 투박한 남자 손에서 섬세한 음식들이 나오는 걸 보노라면 놀라울 따름이다. '음식을 직접 많이 해 본 사람이 맛을 잘 아는 법'. 시인이 가진 미각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인태 시인이 추천한 맛집은 남해군 미조면 북항 언저리에 자리 잡은 촌놈횟집이다. 이 집 주인장인 박대엽 사장과 시인의 인연은 벌써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인은 시인이기 이전에 교육자다. 현재 경상남도 남해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에서 평생·체육담당 장학사(초등)로 일하고 있다. 시인이 남해에 터잡이 한 것이 벌써 15년째다. 창원이나 진주 등 주로 도시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지난 1997년 남해 미조초등학교로 전근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낙후된 교육 소외지역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자유분방함을 넘어 방종에 이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이는 절도 사건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껏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선생님들에 대한 성토 전화도 빗발쳤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처음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괴로움을 술로 달랬다. 밤마다 이집 저집을 돌며 술로 밤을 지새웠다.

이때 만난 것이 촌놈횟집이었다. 이 집은 여느 집보다 '회 맛'이 달랐다. 남해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특유의 달콤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착착 감겼다.

이런 맛은 남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물고기들이 가진 특징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다양한 회를 숱하게 먹어본 기자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회를 꼽으라면 남해 노량의 것을 첫 손가락에 올린다.

남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회는 선도나 맛이 여느 도시 지역 대형 수산 시장에서 파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촌놈횟집이 내놓은 회에서도 역시 강한 단맛이 혀를 간질였다. 이 집은 미조 연안에서 잡히는 신선한 생물만 쓰는 것이 특징이다.

박대엽 사장이 남해군 수협 미조활어위판장 중매인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활어차를 이용한 장거리 운송없이 산지에서 잡힌 생선을 그날그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모든 횟감은 박 사장이 직접 눈으로 보고 사들이기에 믿고 먹을 수 있다. 하다 못해 양식이 들어 온 날이면 손님에게 어떤 고기가 자연산이고 양식인지까지 모두 알려주니 더욱 믿음이 간다.

   
  남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회는 선도나 맛이 도시 지역 대형 수산시장에서 파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굴, 농어구이, 미역, 참소라, 한치숙회, 가오리찜 역시 대부분 미조산을 고집한다. 모든 음식에서 신선한 기운이 그득 배어나온다.

시인이 이집을 찾는 이유는 '회 맛' 때문만은 아니다.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외모, 두둑한 배짱에 바른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박대엽 사장이 가진 인간적 매력이 더 큰지 모른다.

박 사장은 한 20년 넘게 선원 생활을 했다. 대형 고기잡이 배부터 화물선까지 안 타본 배가 없을 정도다. 타는 배마다 일등항해사를 도맡았으니 능력도 있었다. 큰 배에 탄 많은 선원을 이끌다보니 자연스레 리더십과 빠른 판단력, 합리적 사고가 몸에 배어 있었다. 한창 고민이 많을 시기 시인에게 박 사장은 은인이자 좋은 친구가 됐다.

시인은 박 사장과 마주앉아 미조 내 안타까운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털어놨다. 자신에 태어나고 자란 미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박 사장에게 객지에서 온 열혈 교사의 한탄은 마치 내 일과 같았다. 마음이 맞은 둘은 서로 힘을 모아 미조 교육 현실을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이때 힘을 받은 시인은 현장에서, 박 사장은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서로를 당겨주고 밀어주며 호흡을 맞췄다. 시인은 아이들이 가진 넘치는 에너지를 문화예술이 가진 힘으로 풀도록 했다. 교내에 '풍물반'을 만든 것이다. 방학이면 인근 섬에 아이들을 데려가 함께 풍물치며, 놀며 살았다. 아이들은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매개이자 하나의 '놀거리'가 생기자 변하기 시작했다. 학업집중도, 교우관계, 선생님들과 관계 모두 나아졌다. 미조에서 '풍물반'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위 '왕따'를 당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고마움을 담아 시인은 '촌놈' 박 사장을 위한 시를 한 수 지어 선물했다.

남해군 미조리/촌놈횟집에 와보셨는가//아직은 청정해역 미조바다/지느러미 잔뜩세운 세미처럼/야성적인 주인사내를 아시는가/한때 오대양을 누비던 일등 항해사/손바닥 보듯 바다를 훤히 아는 바다 촌놈/지금은 그 바다의 가슴팍을 솜씨 좋게 저며 내어/누구에게나 수북한 너털웃음과 함께//바다를 파는 것이 아니라/바다를 대접하는 진정한 바다사내/박대엽이를 만나 보셨는가 (중략) 주인 박대엽이가 썰어내는 바다맛을 보기 전엔/바다를, 생선회맛을 얘기하지 마시라/그리고, 죽을 생각도 하지 마시라. (하략) - 오인태 '촌놈이야기'.

시에는 민영·황명걸·김명익·도종환·정호성·채호기·이명행·김형수·안도현 같은 문인도, 영화감독 이장호·이명세도, 시사평론가 정범구도 다녀갔다는 구절도 있다. 이 시는 촌놈횟집 가게 한편에 붙어 있다. 하지만 애써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낮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굳이 드러내지 않고 소박·소탈하게 살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하다. 이는 큰 욕심부리지 않고 밤 8시면 더 손님을 받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배짱에서도 잘 묻어나온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모둠회 소 4만 원, 중 6만 원, 대 8만 원 △우럭회 소 4만 원, 대 6만 원 △양식돔 5만 원 △멍게 2만 원 △자연산 회 별도 가격 △회덮밥 1만 원 △매운탕(1인분) 1만 원 △회 먹은 후 식사(탕 + 1인 식사) 2000원.

◇위치: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 104-59. 055-867-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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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