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축제현장 주변모습

곳곳에서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 내용은 형형색색이지만, 축제장 주변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차할 곳 찾아 몇 바퀴 빙빙 도는 차량, 개구리 주차 차량을 통제하는 이가 호각 부는 모습, 모범운전자회에서 나와 도로 통제하는 모습, 줄지어 선 노점, 시끌벅적한 노랫소리….

창원시 가고파국화축제가 열린 마산항 제1부두. 행사장 출입구 양옆으로 200여m에 걸쳐 노점이 진을 쳤다.

어김없이 통돼지 바비큐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기름을 쏟아내고 있다. 지나가는 이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어떤 이는 "아따, 맛있겠다"라고 하는 반면, 어느 젊은 여성은 "징그러워"라며 옆에 있는 남자 팔짱을 세게 낀다.

   

그 옆에는 '추억의 뽑기'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한동안 관심받지 못하다가 한참 후 40대 남성 3명이 다가선다. 이들도 한판 하지만 '꽝'이 되자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출입구 먼 쪽에 자리한 노점은 영 장사가 신통치 않아 보인다. 단밤 파는 상인은 담배만 뻐끔뻐끔 태우고 있다. 그러다 잠시 후 지나가는 이들에게 맛보기용으로 한 개씩 건네지만, 사가는 이들은 도통 없다. 반면 같은 '단밤'인데도 출입구 바로 근처 노점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어느 음식점은 전자담배 가게를 축제기간만 빌려 장사하고 있다. 간판에는 '전자담배'라는 글이 쓰여있고, 그 밑에는 음식 메뉴 글귀가 펼쳐져 있다. 메뉴 종류도 참 많다. 통돼지바베큐·장터국밥·해물파전·홍어삼합·닭똥집·고래고기·고추전·다덕구이·곱창볶음…. 입구에서 음식 마련하는 아주머니들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지나가는 이들에게 "들어오이소, 맛있습니다"라며 호객 행위를 잊지 않는다. 가게 안은 낮인데도 동동주 한잔 걸치고 있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대화 소리, 주문한다고 '아줌마'를 크게 부르는 소리, 수저 떨어지는 소리…. 정신 없이 떠들썩하지만, 저마다 대화를 주고받는다.

노점에 먹을 것만 있을 리는 없다.

구두약 파는 아저씨는 지나가는 아주머니 발을 다짜고짜 붙잡고는 신발을 닦아준다. 일행은 관심 있게 지켜본다. 이 가운데 한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고, 조용히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1000원짜리 몇 장을 꺼낸다.

   

또 다른 자리에는 한 아주머니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 건강식품을 내놓은 곳이다. 각종 글귀가 나붙어 있는데 '당뇨병 고혈압…' '기적의…' '생로병사…'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한 할머니는 관심을 나타내다 그냥 지나간다.

행사장 안에는 사진 찍는 아저씨가 카메라를 목에 매고 있다. 즉석에서 한 장 출력해 주는데 받는 돈은 5000원이다. 한 남녀가 사진을 찍으려 문의하는데, 배경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결국, 다른 구역(?)에 자리한 아저씨에게 간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이기에 이런저런 단체에서 저마다 홍보하기 위해 나선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왕래 잦지 않은 곳에 여자 두 명이 서성이고 있다. 종교활동을 위해 나온 이들이다. 한 남자가 지나가자 말을 붙이려 하지만, 그리 능숙해 보이지 않는다. 남자가 대꾸도 안 하자 이내 포기하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하동 대봉감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청정지역에 기업형 돼지축사 웬 말이냐' '악양주민은 청정지역에서 살고 싶습니다'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한쪽에서는 이와 관련해 서명받으려는 이들이 있다.

대봉감축제장 역시 음식 파는 노점이 행사장 주요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축제장 찾은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감은 안 보이고 장사하는 사람들밖에 없노"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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