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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육수와 알싸한 방아잎 만남에 정치인도 반해

[경남 맛집] 밀양시 내일동 '단골집'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10월 03일 수요일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돼지국밥' 하면 으레 '부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돼지국밥이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데는 '한국전쟁기 역경과 고난으로 점철된 피란민 삶을 달래준 음식'이라는 '피란 스토리'가 한몫한다.

이를 두고 '돼지국밥 발상지'를 부산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에릭 홉스봄이 쓴 명저 제목을 빌려 '만들어진 전통'이라 부르는 것이 현명하다. 돼지국밥은 비단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 내륙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명맥을 이어온 음식이라는 설이 더욱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남에만 해도 밀양, 하동 등지에서 돼지국밥을 몇대째 이어 내려온다는 음식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서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밀양을 '돼지국밥 발상지'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밀양은 지리적, 생활문화적으로 돼지국밥이 번성하기 좋은 여건이 여럿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밀양은 예로부터 밀양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돼 농사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돼지를 키운 집이 많은데다, '영남대로'가 관통해 이곳을 오가는 사람도 많은 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돼지국밥은 농사일에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을 활력소로, 지나는 이들 허기를 달래줄 요깃거리로 손색 없는 음식이었다.

여럿이 먹을 수 있고, 신속하게 말아내 상에 올릴 수 있는데다, 후루룩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영양적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밀양 내 돼지국밥 식당은 제각각 특색이 있는데, 소뼈를 이용해 깔끔한 국물 맛을 내는 곳, 묵은지를 썰어넣는 곳 등 다양하다. 밀양전통시장 내 돼지국밥 전문점 '단골집'. 밀양 전통시장 안에서도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들어가야지만 찾을 수 있는 이집은 밀양 내 공무원은 물론, 역대 지역구 국회의원들 중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돼지뼈 고아 낸 우윳빛 육수와 김치가 내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며 맛을 돋운다.  

부산 범일동이 고향인 정화자(69) 사장은 단골집을 한 자리에서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본래 시어머니가 40여 년 세월을 이어오던 것을 물려받았다. 이어진 시간만 보면 60년 세월이다.

정 사장 고향인 범일동은 옛 조선방직이 있던 자리로 이들 공장 노동자를 상대로 한 돼지국밥촌이 형성된 동네였다. 현재도 서면시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양대 돼지국밥촌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정 사장이 어머니로부터 국밥집을 물려받은 것은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다.

'단골집' 돼지국밥은 돼지뼈와 머릿고기를 사용해 우려낸 우윳빛 국물에 잘게 썬 묵은지와 알싸한 방아잎을 넣어 먹는 톡특한 레시피가 특징이다. 단골 가운데 열에 아홉은 이 맛을 찾아 일부러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돼지국밥에는 나올 때부터 채썬 묵은지와 부추가 조금 들어있다.

먼저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국물을 한 술 떠 입에 넣는다. 처음에는 무미건조한 맛이지만, 끝에 가면 돼지뼈를 고아 낸 육수가 가진 고소한 향미가 살짝 감돈다. 돼지껍데기가 붙은 고기를 함께 넣어 우려낸 탓인지 약간 끈기가 느껴질 때도 있지만, 식감이 나쁘다거나 맛을 해치지는 않는다.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씹으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구르는 수육은 식감 또한 쫄깃하다.  

이어 국밥을 한번 휘저어 김치와 부추를 섞어 맛을 본다. 이내 옅은 주황색 빛이 돌며 더욱 먹음직스런 색감을 내는데, 이때는 국물이 가진 고소한 향미와 김치가 내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며 맛을 돋운다.

   

방아잎은 잘게 채 썰어 따로 그릇에 담겨 나온다. 식성에 따라 넣어 먹으면 된다. 처음 방아를 넣어 먹는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한 두 숟갈 지나면 방아가 내는 독특한 향미가 입안에 스며들며 개운한 감칠맛이 더한다. 국밥에 방아를 많이 넣을수록 향긋한 방아향이 입에서뿐만 아니라 코로도 스며들어 청량감을 준다. 돼지 냄새에 대한 반감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돼지국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어쩌면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돼지국밥에 든 머리고기는 뜨겁게 끓여 낸 육수에 미리 건져 식혀둔 것을 토렴해서 낸다. 머리고기가 대체로 한 번 식혀 굳은 것을 한 번 토렴해내서인지 부드럽게 씹힌다. 껍데기가 함께 붙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감돈다.

내친김에 수육도 주문했다. 수육은 국밥에 쓰이는 머리고기를 토렴 없이 식은 것 그대로 내놓는다.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씹으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구른다. 마치 단단한 메밀묵을 먹는 느낌이 든다. 맛은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부위인지라 살짝 심심한 느낌이다. 이때는 정화자 사장이 직접 담아 살짝 맛을 들인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단단히 굳은 껍데기가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맛도 일품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돼지국밥 6000원 △돼지수육 2만 원 △소주 3000원 △탁주 1500원

◇위치 : △ 밀양시 내일동 192-1번지. 055-354-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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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