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대학가 PC방…'작은 식당'이라 할만큼 먹거리 다양

대학가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PC방. 입구는 카페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아니나 다를까. 이름 자체가 '○○ PC카페'다.

내부 널찍한 공간에는 컴퓨터 100여 대가 있다. 낮 1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자리는 3분의 1 정도 찼다. 대학가 쪽이라 다음 강의 때까지 시간 보내려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여자는 거의 없고 남자들로 가득하다.

PC방에 들어서는 손님들은 능수능란하게 알아서 번호 적힌 카드를 들고 각자 선호하는 자리로 향한다. 이 카드에 적힌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순간부터 이용시간이 적용된다.

흡연석·금연석으로 나뉘어 있지만, 흡연석이 밀폐된 공간은 아니다. 그래서 PC방 내부 전체 공기가 탁한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중간마다 빈자리가 많지만 구석은 모두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게임을 하든, 동영상을 보든, 채팅을 하든 간에 아무래도 구석이 몰입하기 좋기 때문인 듯하다. 자리가 많기에, 굳이 사람 있는 옆자리에 앉으려 하지는 않는다.

   

모니터를 켠 손님들은 곧바로 카운터로 향해 음료수, 그리고 담배 피우는 이들은 재떨이까지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앉자마자 제일 먼저 점검하는 것은 마우스다. 게임하려는 이들에게는 마우스 성능이 필수조건이다.

대형모니터, 편안한 의자, 음료수, 재떨이…. 모든 게 갖춰졌기에 이제 게임에 몰입하기만 하면 된다.

혼자 온 이들도 제법 되지만, 역시 삼삼오오 함께 온 이들이 많다. 게임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는 무리지어 하는 것이 제맛이리라. 이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며 게임을 즐긴다.

"네가 아래쪽을 맡아야지."

"아, 뚫렸다. 어떡하지…"

"괜찮다, 다시 맡아라."

   

서로 격려하는 말이 오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책의 말을, 때로는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대상 없는 욕설도 여기저기 튀어나온다.

혼자 온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 어떤 이는 슬리퍼에 운동복 차림이다. 양말도 신지 않은 발을 의자에 올려놓고 모니터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안방과 같은 편안함이 묻어있다. 때로는 피로한지 의자에 머리 기댄 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어디선가 라면 냄새가 솔솔 난다. 카운터 여직원이 컵라면 아닌 끓인 라면을 쟁반에 얹어 배달하고 있다. 냄새가 PC방을 가득 메우며 옆 사람 군침을 돌게 한다. 이곳은 작은 식당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먹을거리 종류가 다양하다. 끓인 라면도 상표별로 다양하다. 여기에 만두·떡·땡초 등을 첨가한 라면도 있고, 공깃밥도 빠지지 않고 있다. 밥 종류도 있어 햄·채소 볶음밥, 김치 볶음밥, 새우볶음밥도 메뉴판에 이름 올리고 있다. 소시지·쥐포는 간단한 간식거리로 가장 인기다.

   

업주 처지에서는 시간당 1000원 하는 요금보다는 이러한 먹을거리가 이윤에 더 도움될 듯하다. 일반 슈퍼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음료수가 이곳에서는 1500원이다.

오후 1시 45분이 되자 여기 저기 일어서는 사람이 많다. 2시에 강의가 있는 이들로 보인다. 한 무리에서는 "아, 10분밖에 안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대꾸하지 않고 계속 게임에 열중한다. 좀 지나서 어떤 이가 "야, 오늘 수업 빠질까"라고 유혹한다. 이들은 갈등하는 듯했지만, 2시 조금 못돼 모두 허겁지겁 PC방을 나섰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음료수 깡통, 담뱃재, 과자 봉지와 부스러기로 가득하다. 카운터 여직원이 쓰레기 봉지를 들고와서는 치우고 걸레로 닦는다. 이 여직원은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 자신도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한다.

2시를 넘기자 강의 마치고 온 이들처럼 보이는 손님들이 또다시 우르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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