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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좔좔' 우윳빛 선어회 맛에 반하고 가격에 놀라고

[경남맛집] 창원시 동성동 '고려횟집'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09월 05일 수요일

서민들에게 '일식'은 아직 '고급 음식'에 속한다. 이는 일제강점기부터 '일본 요리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내재된 것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해방 이후에는 경제 부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이 세계화 바람을 타고 자국 음식을 해외시장에 고급 음식으로 마케팅한 것도 요인이 됐다. 더욱이 이때부터 일식은 '코스 요리'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서민들과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대표적인 일본식 생선 요리인 '선어회'와 '초밥' 역시 고급화 바람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음식은 비싼 가격 탓에 서민들이 쉽게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마산에는 이러한 선어회와 초밥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코아양과 뒤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예정지 옆에 위치한 '고려횟집'이다. 세월의 때가 묻은 나무 미닫이문이 정겨운 이곳은 멀리서 봐도 오랜 역사를 담아낸 노포의 풍모가 배어 나온다. 벌써 25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마산에 애정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소문난 곳이다. 현재 장소에 둥지를 틀기 전 어시장 근처에 '고려횟집'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가게를 낸 것까지 치면 36년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36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김영인 씨는 나이 많은 단골 손님을 위해 생선회는 부드럽고 연한 광어만 사용한다./박일호 기자  

산청이 고향인 주인 김영인(66) 씨는 13살 때 아버지를 따라 마산에 왔다. 김 씨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창동 내 한 대형회관 주방 보조로 들어간 17살 때부터다.

당시 마산에는 큰 회관이 몇 개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는데, 음식 맛과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했다.

때문에 회관들은 부산에서 유명 일식 전문가를 불러다 직원 대상 요리강습을 열기도 하고, 직원들을 부산에 파견해 요리를 배워오게도 했다. 김 씨는 이 때부터 일식을 전문 분야 삼았다. 몸 담은 회관에서 10여 년을 일한 김 씨는 28살 되던 해 고려호텔 주방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마산 내 대형 호텔은 고려와 크리스탈이 전부였으니 남부럽지 않은 대우였다.

하지만 내 가게를 갖겠다는 생각에 2년 만에 호텔을 나왔다. 처음에는 창동에 가게를 내려 했다. 그러나 36년 전 당시 창동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번화가라 도통 자리가 나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어시장 근처에 고려횟집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후 9년여 만에 현재 자리로 옮겼다.

이 집은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스 요리'가 없다. 대신 마산에서 좀처럼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선어회와 알 굵은 초밥을 너무나도 '착한 가격'에 판다. 처음의 입지 탓이다. "코스를 못 하는게 아니야. 가게가 좁아 수족관이 빈약한데다, 지금이야 앞이 훤하게 뚫려 사람들이 대번에 보고 찾아올 수 있지만 원래는 골목 안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찾지도 못했어. 때문에 내 주관에 따라 메뉴를 만든 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지." 가게 안에 많은 메뉴가 적혀 있지만 식사류로 생선초밥과 생선찌개, 안주류로 생선회를 주로 한다.

   

'생선회'는 6시간 넘게 숙성한 광어 선어만 사용한다. 활어는 단맛은 돌지만, 씹히는 식감이 좋지 않아 내놓지 않는단다. 이 집 생선회는 빛깔부터 다르다. 우윳빛에 기름기가 반짝반짝 감도는 것이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한 번, 입안을 휘감는 감칠맛에 두 번 놀란다. 숙성이 잘 된 부위는 흡사 땅콩을 씹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양념(초장·간장)을 곁들이지 않고 회만 한 점 먹어도 맛이 난다. 생선회는 생선을 써는 방식에 따라 한식과 일식으로 나뉜다. 한식은 약간 작고 얇게 썰어내는 반면, 일식은 한식보다 두툼하게 한 점 썰어낸다. 사람들마다 다양한 식성의 반영이다.

생선회와 같은 광어 선어로 만든 생선초밥 역시 일품이다. 생선 종류는 모두 초밥이 되지만, 주로 광어를 사용하는 것은 나이 많은 단골 손님을 위해 더 연한 고기를 내려는 주인의 배려다. 40년 가까운 연륜이 말하듯 밥에 들어가는 촛물도, 초밥을 만들 때 손에 쥐는 밥알 수도 모두 손으로 계량이 가능하단다. 상차림은 일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밑반찬과 곁들여 내 한 끼 식사용으로 그만이다. 식사용이다 보니 다른 일식집 초밥보다 조금 크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덩치 큰 사내도 1인분 8개면 배를 두드리기 마련이다.

   

초밥에 곁들여 나오는 생선국도 별미다. 멸치 육수에 회를 뜨고 남은 생선뼈와 파, 배추 등을 넣고 푹 삶아낸다. 재료가 좋으니 소금 간만 살짝 하면 깊고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단다. 생선국 탄생 비화가 재미있다. 마산 최고 번화가에 있다보니 낮이 되면 속을 풀지 못해 고생하는 이들이 많아, 밥도 해결하고 속도 풀 음식을 찾다가 만든 것이 생선국인 것이다. 지금도 이따금씩 생선회와 초밥이 아니라 생선국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이 집을 찾는 이가 많은 이유는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수더분한 주인 아저씨와 겉으로는 괄괄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주인 아주머니가 전하는 정도 인상깊다. 한 번 온 손님의 식성과 식사량을 판단하고, 음식을 분별해 내놓는 부부의 연륜 또한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사랑받는 이유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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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