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시장 앞 시내버스정류장

시장이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은 좌판·택시·정차 차량이 뒤섞여 있다. 차량 경적 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그래도 정차한 차량은 비상 깜빡이를 켜놓은 것만으로 무마하려 한다.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는데도 불편함이 뒤따른다.

시내버스 기다리는 이들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모습이다. 시내버스정류장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할머니·아주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다. 하나같이 빈손인 이가 없다. 물건 사러 온 이들은 비닐 봉지를 양손 가득히 하고 있고, 장사 마친 이들은 큰 대야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앞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는 시내버스 기다리는 한 할머니를 향해 잘 아는 사이인 듯 "언니, 커피 한잔 뽑아주소. 더워서 못 살겠다"고 넉살 좋게 말한다. 이에 할머니는 곧장 골목으로 들어가서는 냉커피 한잔을 들고 나온다.

   

과일 파는 아주머니는 시내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할머니들을 향해 조언도 잊지 않는다.

"늦게 가면 차 문 안 열어 주니까, 얼른 앞에 가 있으소. 안 열어주면 큰 소리로 문 열어달라 해야지. 용감해야지 버스도 탈 수 있다니까." 그리고는 과일 파는 아주머니는 "아줌마, 옆에 언니 짐 좀 옮겨주소"라며 싫지 않은 참견을 이어간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할머니는 깜빡 잊고 사지 않은 게 있는 듯, 이 아주머니에게 "마늘 까 놓은 거 있소"라고 묻는다.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옆 할머니에게 "요 앞에 금방 갔다 올 테니 내 짐좀 봐 주소"라고 한다. 짐 봐주던 할머니는 궁금했는지 살짝 비닐봉지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버스정류장 앞에는 택시 4~5대가 줄지어 서 있다. 쌈짓돈 쥐고 있는 할머니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반면, 20대로 보이는 한 여자가 택시에 오른다. 복장이 좀 요란해서인지, 향수가 짙어서인지, 아니면 택시를 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버스 기다리는 이들 눈길은 이 여자에게 향했다.

양 갈래로 있는 열 댓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정류장 의자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자리가 나면 서 있는 이들은 얼른 비좁은 자리를 헤집고 들어간다. 더운 날 끈적끈적한 살이 맞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앉게 되지만, 불쾌한 내색 없이 최대한 많은 이가 앉도록 서로 배려한다.

시내버스 한 대가 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창 너머로 얼핏 봐도 자리가 충분해 보이지만, 타는 사람들 마음은 조급해 보인다. 그 속에서도 두 할머니는 서로 먼저 타라며 양보 손짓을 보낸다. 그 와중에 한 할아버지는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다행히 가장 늦게 탄 할머니도 자리 잡고 앉아서 간다.

   

시내버스 기사에게 길 물어보는 이가 많지 않다. 간혹 있기는 하다. 이런 사람들은 들어오는 시내버스마다 뚫어져라 쳐다본다. 몇 대를 보낸 한 아주머니는 버스 문이 열리자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시내버스 기사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이자 아주머니는 살짝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버스에 오른다. 가방 멘 20대 남자는 버스정보이용시스템 앞에서 행선지를 찾고 있다. 한 할아버지는 그 뒤에서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할머니 두 명은 오늘 산 물건을 서로 보여주며 얘기 나누고 있다. 한 할머니는 만족스러워하지만, 또 다른 할머니는 "더워서 오래 둘러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가 "76번 버스 온다"고 크게 알린다. 두 할머니는 "아이고" 하면서 후다닥 짐을 챙긴다.

시장 앞 시내버스정류장은 사람이 좀 빠지는가 싶다가도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지기를 반복하며 작은 얘기들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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