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13개 문예회관 하절기 휴관…공연 점검, 예산 책정·보수 이 시기에 진행

도내 대부분 문화예술회관(문예회관)들이 무더운 여름을 맞아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도내 13개 문예회관들은 대개 8월 1일부터 짧게는 15일, 길게는 한 달이 훨씬 넘는 기간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않습니다.

문예회관 홈페이지를 봐도 8월 공연 일정은 봄과 가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재밌는 공연 한 편 보는 것을 휴가 계획으로 세운 도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죠.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름 문예회관은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욱 뜨거운 삶의 현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대 뒤는 '복잡한 거대 동굴'

대극장 문을 엽니다. 내부로 들어서니 옅은 갈색 나무톤 벽이 온 사방을 따스히 감쌉니다. 붉은 빛 직물로 만들어진 객석 수백 개가 펼쳐진 내부 공간은 경이적이기까지 합니다. 무대 위에는 지휘대와 함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을 의자 60여 개가 단정합니다. 무대 사방에는 오케스트라 연주음을 온전히 전할 음향 반사판이 둘러쳐져 있고, 천장에서 내려온 마이크는 지휘자 머리 위 높은 곳에 매달려 있습니다. 단정하고 깔끔하면서도 웅장한 이미지. 마치 중세시대 고관대작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기자가 처음 문예회관 대극장을 찾았을 때 받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텅빈 무대는 객석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별천지입니다. 덩그러니 놓인 무대는 마치 '검은 동굴' 같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천장에는 조명기기 등을 다는데 쓰이는 철제 바(Bar)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배튼(Batten)입니다. 무대 측면부에는 무대 기계실이 숨어있습니다. 문 앞에는 전자식 조정기기가 모니터 불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기기를 통해 배튼이 무대 바닥까지 내려옵니다. 여기에 조명을 달아 다시 천장으로 올리죠. 무대 바닥과 벽면, 천장에는 스피커와 조명기에 전기를 전달할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연극 공연이 있으면 덧마루(연극에 맞는 배경을 만들고자 무대 위에 덧올리는 나무 패널)들이 무대 위에 잠시 세워지기도 합니다. 덧마루와 덧마루를 잇는 철편도 잘 관리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름다운 무대뒤에서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여름을 맞아 휴식기에 들어간 도내 문화예술회관들. 사진은 3·15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전경. /3·15아트센터.

안전을 위한 여름 사투

대부분 문예회관은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이들 각종 무대장치를 점검·보수합니다. 문예회관 무대관련부서에 내려진 한 해 예산은 모두 이 시기에 집행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지·보수는 모두 6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먼저 무대팀은 지난 6개월 동안 무대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된 부분을 꼼꼼히 기록합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제대로 구동하지 않은 장치, 전선 이상, 물품 재고 등을 면밀히 기록해 다가올 무대점검기간에 보강할 데이터를 축적해두죠.

두 번째는 점검매뉴얼 기준에 따라 이를 만족하는 계획을 짭니다. 이때는 우선 보강되어야할 중요 사안과 그렇지 못한 사안 간 비중의 편차를 둡니다. 이에 따라 긴급한 부분은 먼저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나중에 조치합니다. 세 번째는 이 계획에 따라 실행에 옮깁니다. 교체할 부품은 교체하고, 보강할 부품은 새로 사들이는 등의 조치가 뒤따릅니다. 네 번째는 어느 정도 보강과 수리가 되면 최소 30회 이상 로드테스트를 통해 수리한 장치나 바뀐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합니다. 이렇게 로드테스트를 통해 데이터가 나오면 다섯 번째로 작업 내용을 기록하고, 바뀐 부품에 대한 내구연한을 재조정해 앞으로 예산이 헛되게 쓰이지 않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공연에 들어가기 2~3일 전, 단상, 태극기, 오케스트라 연주용 의자 등에 대한 재고 파악을 합니다. 심지어 못 한 봉지도 사용량을 장비대장에 기록해 관리하며, 천도 사용한 양을 야드(Yard)별로 기록해 앞으로 비축량을 계산합니다. 이들 작업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문예회관 무대 운영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문예회관 무대팀에게 8월이 가장 부담스러운 기간입니다. 지난 6개월 간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앞으로 6개월을 그리는 작업이니 말이죠. 더욱이 이 작업은 공연자와 관객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시기에 무대팀이 더 큰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대는 자부심이다

사람들은 즐겁게 공연을 즐기다 가면 됩니다. 하지만, 무대팀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은 긴장 상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매번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무대 장비지만, 어떤 예상치 못한 요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죠. 만에 하나 조명기에 쌓인 먼지 하나가 전기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기라도 하면 이는 대형 화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무대조명관리자는 전기를 관장하는 조광실 청결 상태부터 나사 조임, 전기 흐름, 누전 대비 절연장 체크 등이 필수입니다. 더불어 조명과 음향은 공연에 있어 '연출'부분에도 속합니다.

때문에 조명과 음향 담당자는 장비는 물론 연출에 대한 공부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 관련 일은 언제 장비와 시스템이 새로 등장할 지 모릅니다. 매번 자기 혁신과 훈련이 없으면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전문적인 일이니 정부에서 10여 년 전부터 자격증 제도를 두고 무대 전문 인력을 양성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대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무대감독', '음향감독'이라는 추상적 직함에 따라 뭔가 관리 감독하는 높은 자리인줄 압니다. 하지만, 시대와 장비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자리이기에 대개 무대팀이 가지는 마인드는 진취적입니다. 뭔가를 새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한 이들이죠. 지금도 문예회관에서는 더 나은 공연, 더 안전한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무대팀들이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서 무대 위 배우와 가수, 또는 성악가들로부터 받는 예술적 감흥만큼이나 무대 뒤 조연들이 펼치는 활약상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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