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40) 류병무 남해 체육시설사업소 잔디산업팀 계장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6개월 전인 2001년 12월 2일, 부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정적을 깨고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유럽의 강호였던 덴마크 월드컵 대표팀 캠프의 남해 유치가 결정되자, 곁에서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박수를 보내 주었던 것이다.

남해군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포츠파크에 덴마크 월드컵 대표팀 캠프를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호텔 하나 없는 6만 인구의 작은 자치단체가 월드컵 캠프를 유치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남해군은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스포츠 캠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흔히들 남해스포츠파크 하면 남해 '잔디 혁명'을 이끌면서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김두관 전 군수(현 경남도지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인 일선 말단 공무원, 류병무(47) 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02년 스포츠파크가 처음 생겼을 때 평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났고 휴일도 없이 계속 일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그렇게 했죠. 일할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잔디가 예민하다 보니,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수 없어 매일 잔디를 직접 관리했습니다."

이젠 게으름을 피운다는 그는 2년 전, 계장 배지를 달았다. 그가 속한 부서는 체육시설사업소 잔디산업팀으로 남해의 모든 공설 잔디 구장을 관리·운영하고, 잔디의 재배·판매 그리고 잔디를 재배하는 농가에 대해 기술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남해군에만 있는 유일한 부서다.

전남 장성군에 잔디를 관리하는 담당 직원이 1명 있지만. 재배에서 마케팅까지 잔디만 가지고 산업화한 자치단체는 남해군뿐이다.

그는 줄곧 잔디의 재배와 마케팅, 농가 기술 지도, 스포츠파크와 8개 잔디 공설운동장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 왔다. 벌써 14년 세월이 흘렀다.

남해군 공무원 사이에서 '류 박사'로 통하는 그는 잔디에 관한 한 전국구 스타다. 잔디 운동장을 가진 전국 자치단체 담당자나 잔디 재배 농민들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그에게 자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그의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려 댔다.

거의 매일 전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귀찮을 법도 하지만 싫은 내색 없이 꼼꼼하게 설명해 준다. 그런 모습에서 잔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고향인 남해에서 잔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농사를 짓던 그는 1993년 농업직 공무원 특별채용시험에 합격, 남해읍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설천면사무소로 옮기면서 잔디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지게 됐는데, 그때 잔디의 생육 비밀을 직접 밝혀낸 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설천중학교 잔디 운동장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다른 곳과 달리 한쪽에만 잔디가 싱싱하게 자라는 기라예. 여기만 왜 그렇지 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했는데, 잔디가 잘 자라려면 배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후 그는 모래땅에 퇴비와 토양개량제 등을 섞어 잔디 운동장의 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토양을 개량해야 한다고 군에 제안했고, 그것은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이는 당시 잔디 고사 등 문제로 곤란을 겪었던 남해군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남해군청으로 발탁돼 남해스포츠파크 조성은 물론 잔디 산업화에 깊숙하게 관여하며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는 "우리나라 잔디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남해가 잔디 재배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큰 바람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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