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창원성산구 상남동 엘반헤어하우스 박진수 씨

'스님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미용사는 어떨까. 제 머리 깎을 수 있으려나. 머리카락을 깎으러 찾은 미용실에서 박진수(29) 씨에게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깎는다고 한다. 깎아볼까도 했지만, 상식적으로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깎느냐고 물어봤다.

"저는 제 와이프가 깎아줘요. 서로 깎아줘요. 와이프도 미용사거든요. 우리 집에서는 헤어스타일이나 머리카락 자르는 걱정일랑 없어요. 사실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미용사시거든요."

외아들인 박 씨는 가족 모두가 미용사였다.

◇첫눈에 반한 '미용사' = 박 씨가 미용사를 하게 된 것은 가족 영향이 매우 컸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미용사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미용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창원시 상남동 엘반헤어하우스 박진수 원장이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박 씨가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부산에서 열린 헤어쇼에 아버지 손에 억지로 끌려간 적이 있다고 했다.

"미용계에 아주 유명한 '토니&가이(영국 헤어 드레싱 기업)' 그룹이 있는데, 그때 그 헤어쇼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그 길로 나도 꼭 저렇게 멋있는 미용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고교시절부터 틈틈이 미용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로 29살을 맞은 박 씨는 벌써 미용 경력 13년차의 베테랑이 되었다. 군대를 제대한 그는 서울로 향했다. 트렌드를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당시 서울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도 구해왔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박 씨는 서울에서 아내 정유리 씨를 만났다. 지금은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다. 참, 그리고 꼭 부부가 서로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건 아니란다. "가끔 다른 미용실에서는 어떻게 자르는지 염탐(?)하러 가기도 하죠. 하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집안에 4명의 식구가 미용사다. 상남동의 '엘반헤어하우스'는 박 씨와 아내 정 씨가 운영한다. 아버지는 현재 마산에서 미용학원을 운영한단다. 한 가족이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것. 어떨까.

"음, 같은 직업이라고 해서 좋은 건 아무래도 서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힘든 점, 속상한 일 등 모두 겪어봤으니까. 그래서 서로 잘 보듬어 줄 수 있고요. 저는 그래서 더 좋아요"라고 박 씨는 말한다.

창원시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상남동. 그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실례를 무릅쓰고 무슨 돈으로 했는지 물었다. 솔직히 아버지가 얼마나 보태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다.

"순전히 제가 모은 돈에다 대출받은 돈으로 차렸어요. 솔직히 은행에서 이자 물어내며 빌리는 것보다 부모님께 빌려서 이자라도 좀 아껴볼 심산으로 말씀도 드려봤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하시더라고요. '전부 다 네가 직접 해'라고 하시면서. 지금 생각하면 그게 맞았던 것 같아요. 이것도 사업인데, 망할 수도 있지요. 진짜로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부터 하나하나 모두 다 제가 준비했어요. 직접 준비해보니 더 애착이 가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커지더라고요."

아버지 박호성 씨는 아들 진수 씨에게 '아버지가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모든 아버지가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직업'이라 더 이해가 쉬웠을 것이고 가르쳐 주기도 쉬웠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가 경쾌하다. 하루 대부분을 서서 보낼 텐데 미용사라는 직업이 힘들진 않으냐고 물었다.

"꼭 TV에서 연예인들이 '다시 태어나도 배우'라고 말하는 것 같아 조금 멋쩍긴 하지만, 저는 정말로 다시 태어나도 미용사를 할 겁니다. 또 우리 다은(딸)이가 미용사를 하고 싶다고만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고요."

이 순간,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박 씨다. 사실 직업 특성상 약간은 화려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때문에 사람이 가벼워 보였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박 씨의 마지막 말에서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가. 거울 속에 비치는 헤어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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