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약을 검증한다] (5) 4대강 복원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한 야권이 그 핵심 타깃으로 4대강 사업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공동정책 합의문'에서 "생명 파괴와 환경 재앙, 재정 손실, 부실 공사 등의 문제를 야기한 4대강 사업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생태적 보완과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이 있는 경남지역 야권 후보자들도 따로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 경남·부산 후보자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보·수문 개방과 습지 생태 복원, 피해 조사, 습지총량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합진보당 후보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4대강 사업 전면 무효화와 수중보 해체를 통한 '재자연화'를 천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창녕군 길곡면 창녕함안보 개통 행사의 한 장면. 수중보에 대한 지역 여론은 찬반으로 양분돼 있는 상태다. /경남도민일보DB

큰 틀에서 '4대강 복원'이라는 대전제는 같으나 두 당은 이처럼 수중보 존폐 여부에서 입장이 갈린다. 하지만 대립적이진 않다. 일단 근본을 흔들기보다 '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민주통합당 측도 "세굴 현상에 따른 붕괴 위험 등 안정성과 홍수 피해 수준, 수질 악영향 정도,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밀조사를 올해 말까지 실시해 보를 존속시킬지 말지 결정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수자원 확보, 홍수 조절 등을 위해 설치한 수중보 해체 추진 및 검토는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핵심이자 상징이기도 한 만큼, 새누리당과 첨예한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해체에 적극적인 통합진보당의 국회 의석 수만 따지면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야권연대 변수와 대통령 선거 결과 등에 따라 공론화는 물론이고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대 쟁점은 역시 '비용'일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측이 주저하는 배경에도 바로 이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수중보를,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큰돈을 들여 해체하겠다고 하면 국가적 낭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통합진보당은 그러나 4대강 유지관리비를 고려하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가 주장하는 4대강 연간 유지관리비 1368억 원의 2년분이면 16개 보 해체 비용인 2016억 원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측이 언급한 2016억 원이라는 수치는 서울과학기술대 윤석구 교수(건축공학부)가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으로, 윤 교수는 합천창녕보 해체 비용 126억 원을 전체 16개 보에 적용해 계산했다. 하지만 이 액수에는 큰 결함이 있다는 게 국토해양부 측의 지적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수중보를 해체하면 용수 확보가 곤란해지고 수위가 달라진다"며 "이로 인한 양·배수장, 취수시설, 저수호안 등 주변 시설 보완 또는 이설까지 고려하면 2000억여 원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권의 박원순 후보가 한강 수중보 해체를 시사했다가 반격에 밀려 후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보를 해체하면 취수원도 옮겨야 하는데, 이는 수조 원의 건설 비용을 유발한다. 옹벽도 다 해체해야 한다. 또 다른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수중보 해체까지 가기 위해 또 하나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지역 여론이다. 아무리 정권을 획득하고 국회의원 다수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지역민의 반대가 강하면 쉽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반반 정도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창녕함안보·합천창녕보가 있는 밀양·창녕 선거구의 민주통합당 조현제 후보는 "보와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안개·습기 때문에 불편해 하지만, 멀리 떨어진 지역민은 상대적으로 호감도가 높다"고 전하면서 "나 역시 애초 보 설치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여론이 양분돼 있어 해체를 바로 주장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론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다. 통합진보당 측은 "누수 현상, 낙동강 유역의 수박·참외 산지 침수, 역행 침식에 따른 교량 붕괴, 녹조 현상,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4대강 현장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특히 많은 비가 쏟아질 올여름 장마철은 4대강 사업의 적실성을 판단하는 중대한 결절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 문제와 별도로, 수중보 해체 후 일어날 상황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진보당과 환경단체 측은 해체 그 자체로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등 자연하천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 측은 물 부족, 수질오염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보 해체를 추진하는 측은 충분한 사례와 시뮬레이션 결과 등 보를 존속시킬 때보다 과연 무엇이 좋아지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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