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 중앙서점 한영일 씨

마산중부경찰서와 반월동주민센터의 중간지점 쯤에 있는 '중앙서점'은 헌책서점으로 1987년부터 있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헌책방들이 하나 둘씩 사라질 동안 1999년부터 이곳을 운영해 온 한영일(43) 씨는 오히려 헌책방의 수를 확장시키고 있다. 진해에 한 곳, 창원대학교 입구에 한 곳, 사림동에 한 곳. 이렇게 세 곳의 헌책방이 영일 씨의 도움으로 시작돼 운영되고 있다. 이 지역 '헌책방계 큰형님'인 셈. 늘 책과 함께하느라 결혼 시기도 놓쳐버린 영일 씨의 '헌 책 예찬'을 들어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한영일 씨가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고르고 있다. /이혜영 기자

평소 책읽기와 운동을 좋아한 영일 씨는 중학교까지 의령에서 마치고 마산으로 왔다. 마산공고를 졸업해 10년 가까이 관련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스포츠센터 운영을 계획했다. 여러사정으로 지금의 중앙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우연히 전 사장의 사업실패로 이 서점을 인수하게 됐다.

1999년 인수해 인터넷 판매도 …다른 헌책방 운영도 도와

"정적인 직업으로 보이지만 하루 종일 바쁩니다. 아침 8시 반쯤 이사하는 집이나 재활용센터 등에서 책을 사서 오면 10시부터 가게에서 책을 닦고 정리, 인터넷 주문 확인하고, 배달 접수하고 손님들 맞이하다 보면 금방 마치는 시간이 돼요."

인터뷰 중에도 단골손님이라는 한 할아버지가 조용히 들어와 <북경에서 온 편지> 영어판을 들고는 또 조용히 1000원을 쌓인 책들 위에 올려놓고 나간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항상 영어로 된 책만 사가세요. 저분도 자주 오세요."

2008년 10월부터는 '북코아'라는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판매를 하고 있다. 더욱 바빠지긴 했지만 책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소득도 유지되고 있다. 이 직업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헌책이 된 새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회의를 느낄 시간도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가게에만 5만~6만 권의 책이 있는데 마산 대형서점보다 훨씬 많은 수일 것이라 자부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면서 책 읽을 시간이 줄었다는 영일 씨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다. 책을 넘기며 명언같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금은 큰 작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은 퇴화하는 것 같은데…, 책 보는 행태도 참 많이 달라졌고요. 책방에 있으니 학부모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부모가 책 한 권을 안 보는데 애들에게만 보라고 하면 안 되죠. 부모와 같이 책보는 시간을 정하는게 중요해요. 억지로 하는 사교육보다 책에서 스스로 찾는 게 진짜 공부예요. 우리 조카들은 이런 삼촌 영향 때문에 전교에서 1~2등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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