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짧아 지역 상품 유리…인지도 높이려는 마케팅 치열

경남에서 만든 막걸리가 도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남 탁주제조업체는 지난해부터 불어온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판로를 대기업 유통업계로 넓히고 있다. 소주나 막걸리 등 주류는 지역 선호도가 높아 전망이 밝다. 다만, 부산서 나온 '금정산성'과 '생탁' 인기가 만만치 않아 홍보와 마케팅 싸움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남해, 창원, 진해 막걸리 마트서 쉽게 산다 = 현재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경남에서 만들어낸 막걸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남해군에 있는 초록보물섬은 'V1마늘 막걸리'를 내놓고, 롯데마트 전국 지점에 납품하고 있다. 이 제품은 살균탁주다. 단일 상품으로 대형마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상품성이었다. 용기가 페트병이 아니라 휴대가 간편한 스파우트 파우치팩이다. 납품 이후 한 달 동안 쓰는 쌀이 500㎏에서 3000㎏으로 늘었고, 매출은 지난해 7월 출시 때보다 400% 이상 올랐다.

창원시 귀산동에 있는 (주)맑은내일이 내놓은 생 막걸리 '탁사마'는 마산 대우백화점, 창원 대동백화점,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됐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소매상에서 큰 인기를 끌며 매달 20%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창원 '북면막걸리'는 롯데슈퍼와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진해 막걸리 '군항주'는 경남 지역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다.

◇대기업보다 부산 상표와 경쟁 = 올해 막걸리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부터 전통주 육성법안이 시행돼 원산지 표시제 도입과 품질 인증제 확대 등 품질 고급화 토대가 마련된다. 이에 하이트, 진로 등 대기업이 막걸리 생산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 탁주제조업체는 부산 경남지역의 생 막걸리 시장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생 막걸리는 살균된 제품과 달리 유통기한이 10일 정도로 짧아서 대기업이 유통망을 전국구로 넓히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경남 업체들은 대기업보다는 부산 상표와 싸움이 더 치열하다. '생탁'과 '금정산성'은 도내 대형마트에 모두 입점해 있다.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경남지역에서 대기업 국순당보다 부산 막걸리가 훨씬 잘 팔린다"고 말했다.

박민혁 (주)맑은내일 홍보 직원은 "부산 생탁이 점유하고 있는 경남지역 막걸리 시장에서 창원 막걸리라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을 더 준비하고 있다"며 "경남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통망 넓히려면 대외 홍보 필수" = 한 달에 살균 막걸리 1만 병 정도를 꾸준히 납품하는 남해 초록보물섬 류은하(49) 대표는 "직접 롯데마트 본사까지 찾아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없더라"고 말했다. 창원 북면막걸리 심양섭(57) 대표는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거래하고자 찾아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하지만, 롯데슈퍼 등으로 판로 개척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남본부 관계자는 "주류는 지역색이 강해 상품성과 공급량만 갖춰지면 지역상품을 파는 게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더 이익"이라며 "마트도 지역 상품에 대한 안정된 판매망을 갖춘다면 기업 이미지 향상 등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한 지역업체에 홍보와 마케팅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상품을 만들어 놓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업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수출기업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 초기·내수 위주의 중소기업을 육성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상품 포장과 카탈로그 디자인 지원을 해주고, 국외 시장정보제공을 통해 바이어까지 알선해준다. 또 지역 전시회를 여는 등 1000만 원 정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경남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역 와인업체들이 이번 사업에 많이 신청했다"며 "막걸리 업체들도 이런 여러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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