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구두 등 패션은 한 시대의 생활상을 대표하는 문화, 사회적 코드다.

흔히들 ‘불황기엔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고 하는데 이는 속설일 뿐이다. 원래 불경기땐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긴 치마가 유행하고, 경기 상승기엔 사람들의 관심사가 성적인 매력을 표출하고자 하기 때문에 치마길이가 짧아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설과 반대의 경제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굽낮은 구두가 여성 경제활동인구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은 얼토당토 않은 말은 아닌 듯하다.

하이힐 시대는 갔다?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고 직장 여성이 증가하면서 유통가에서 굽이 높은 하이힐보다 걷기 편한 굽낮은 구두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상반기 여성 구두 매출을 분석했더니 굽 높이 7센티미터 이상의 하이힐보다 구두 굽이 거의 없는 단화나 굽 높이가 낮은 굽의 구두를 선호하는 현상이 도드라졌다. 전체 여성 구두 매출액 가운데 낮은 굽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40%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날씬하고 뾰족한 스타일보다 구두 앞이 둥글어 발이 편한 스타일이 인기가 있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가 여성의 경제활동인구와 연계성이 있는 것인지,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올 5월에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지난 5월에 100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980만6000명보다 2.4%, 23만1000명이 늘어났다고 19일 밝혔다.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지난 2003년 1월부터 10월까지는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4년 들어 1월 2.6%, 5월 2.5%, 9월 3.5%, 12월 2.9%의 증가율을 나타냈으며 올들어서는 1월 1.4%, 3월 1.0%, 5월 2.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여성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여성 취업자는 지난 6월에 971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952만명보다 2.0% 늘어났다.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는다고 해서 산업 각 분야에서 여성 인력들이 도중하차하지 않고 전문성을 계속 축적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혼, 출산과 육아문제로 직작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여성들이 아직은 많으며, 결혼 후 가장의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쫓기듯이 경제활동인구 증가 통계치를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에 따라 여성고용현황도 좋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 비율은 OECD국가의 평균인 69.4%보다 훨씬 낮은 56.3%이다.

여성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육아문제다.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딱히 여성생활저변에 확대된 실질적 정책들은 별로 없다.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져도 여성 취업자들이 받는 임금은 남성의 절반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직장내 여성차별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성의 임금을 100으로 계산했을 때 여성의 임금은 지난해 56.6밖에 안된다.

여성인력의 활용은 국가경쟁력의 관건이고 고용평등이나 복지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장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여성인력의 활용은 단편적이고 정치적일 때가 허다하다.

여성이 경제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그냥 집에서 애나 키우는 게 낫지 않냐’고 면박을 주는 남성들, 고학력 아내가 집에서 놀고 있는데도 그 능력을 아까워하지 않는 남성들은 반성해야 한다.

여성들이여 더 많이 걷고 뛰자

지구상에 절반이 남성이고, 또 절반은 여성이다. 어느 때보다 여성 인력 활용에 중점을 둘 때다. ‘1000만명 돌파’라는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통계수치로 자족할 일이 아니다.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고용비율과 임금문제, 육아문제 해결도 병행해 여성인력들이 적소에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굽 낮은 구두를 신은 여성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변화를 외치는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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