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짚을 일이 있다. 창원의 ‘시티 세븐(The City7)’ 분양 광풍이다. 뜻을 풀어 ‘미친 바람’이라 하면 느낌이 더욱 생생하다. 일주일 간 지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을 도배질한 마당에 또 무슨 할말이냐는 눈총이 보이는 듯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언론의 보도 양상이다. ‘미친 바람’으로 몰아붙였지만 관련 보도를 보고, 읽고 나니 누가 미쳤는지 모를 지경이다. 엄연한 투기 대열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마치 바보처럼 몰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때때로 현상을 분석하지 않은 채 현장을 중계하는 듯했던 보도가 이 양상의 주범이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이틀 간의 청약신청 광풍은 창원은 물론 전국을 요동쳤다’, ‘38대1의 틈바구니를 뚫은 분양권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으로 날개를 쳤다’ 정도로 요약된다. 이처럼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실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묵직하게 풀어주지 못했다. 당연히 바늘구멍을 뚫은 자의 환호성만 남아 있다. 청약하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거나, 당첨되지 않았지만 잽싸게 2차 매수하려는 기민한 움직임이 부각됐다. 언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들은 한방에 기천만원을 따내는 엄연한 현실 속에 첨단을 달리는 존재로 새겨졌다.

문제는 이 상징적인 대열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괴감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마치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인양 몰려 있다. ‘일확천금’이 가능한 현실 정도는 어차피 일부니까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론의 경마중계 식 현장보도는 ‘도대체 넌 지금 뭐하고 있냐’는 비아냥이 됐다. 누가 미친 것인지, 누가 바보인지 차근차근 비교하는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기본을 갖고 있는지, 누가 상식적인지도 자분자분 설명됐으면 좋겠다. 언론을 보고 듣는 사람들이 다들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느티나무 같은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언론인들이, 공무원들이 분양 대열 속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이야기가 곧잘 들려온다. 심지어 언론사 동료들 사이에도 “엄연한 현실 아니냐. 가능하면 당연히 참가해야지”라며 수긍하는 분위기가 많다. 이런 현실 속에 언론이 미친 바람을 제대로 분석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광풍은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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