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아들임이 자랑스럽습니다”

“난 괜찮다”, “너희들만 행복하면 더 바랄 게 없다”, “아빠 엄마는 안 힘들어”, “난 많이 먹었다. 어서 먹거라”.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종종 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 거짓말 속에 내포된 부모 심정을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다. 부모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도 사는 게 고달프다. 당신들의 행복도 추구하고 싶다.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 단지 자식이 걸려 좀 불행해도 참고, 힘들어도 표 내지 않으며,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아껴뒀다 자식에게 준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버지와 어머니를 깊이 생각하는 잔잔한 내용의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한수성 지음, 찬섬), <아버지의 신발>(소금나무), <엄마, 크게 소리 내서 울어>(김해용 외 지음, 좋은생각), <열두 편의 가슴시린 편지>(도종환 외 지음, 행복공작소) 등.

마산이 고향인 ‘아빠 힘내세요'(일명 ‘아빠송')의 작곡가 한수성씨가 지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는 자신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산 남성초교 등 전국 초중고 학생들과 함께 ‘아빠에게 띄우는 사랑의 글'을 담았다.

1부는 아이들의 노래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이기백 어린이는 ‘장례식장에서 엉엉 우는 엄마 등 뒤에서 가슴이 쪼개지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내가 울면 엄마가 더 많이 우시니까 참고 또 참았다”고 했고, 노혁진 어린이는 “아빠는 혼자서만 무거운 짐을 지신 것 같다. 왜 혼자서만 어려운 일을 숨기는 걸까? 나에게 다 털어 놓으시면 ‘아빠 힘내세요!' 하고 위로해 드릴텐데”라고 적었다.

2부는 선생님(지은이)의 노래다. 마산 월포초등학교, 마산고교를 다니며 마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한씨는 아버지와 산에 자주 갔다. 산딸기를 따겠다며 나선 길이었지만 아버지는 뱀을 잡아 맛있게 구워 먹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자신을 뱀 좋아하는 ‘엽기 선생님'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아버지는 고단한 부두 노동자이면서도 네 형제를 모두 대학을 졸업시킨,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강한 아버지였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산딸기와 밀짚모자, 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한씨는 “술집에 가서 메뉴판에 씌어진 ‘복분자'란 술이름만 봐도 아버지가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사람 중 가장 큰 희망 ‘가족’

그는 또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아버지였는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고백했다. 22살 철없던 시절에 아내를 만나 아이를 가졌는데 키울 자신이 없어 유산시키려 했으며, 진통하는 아내를 나 몰라라 했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다고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그는 “딸기를 먹으며 잡지를 보고있었으며, 아이가 태어났어도 놀아주기는커녕 울리기만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아버지의 신발>은 50대 초반 방송작가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눈물겨운 사부곡이다.

불효를 뉘우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상념과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남긴 일기장을 토대로 무명의 시골교사였던 아버지의 삶을 생생하게 나타냈다.

<열두 편의 가슴시린 편지>는 가난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의 애틋한 기억을 더듬었다. 도종환씨 등 12명의 작가들이 풀어놓는 ‘아들의 아버지', ‘딸의 아버지', ‘딸의 어머니',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다채롭다.

<엄마, 크게 소리 내서 울어>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우리 어머니 45인의 억척스럽고 고단한 희망찾기가 펼쳐져 있다.

초라한 옷차림의 엄마가 학교운동회에 오실까봐 걱정되어 밤에 몰래 김밥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린 이야기, 연탄불도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방에서 혼자 탯줄을 끊고 산후분비물을 정리하며 고통스럽게 자식을 낳은 어머니 등 감동적이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머니의 가슴은 ‘푸른 바다'를 닮았습니다. 그 가슴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만큼 한없이 넓고 크고 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푸른 바다처럼 늘 시퍼렇게 멍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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