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야구요, 이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매스컴 등을 통해 인생의 나락에서 재기에 성공한 인간 스토리를 자주 접한다. 그런 얘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일종의 짜릿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런 남다른 성공 스토리는 다름 아닌 스포츠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를 단순한 승부의 세계만이 아닌 또 다른 인생 축소판에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2명의 야구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인철, 그리고 투수 지연규가 바로 그들이다.

▷“내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 한화 외야수 김인철은 지난 91년 삼성에 투수로 입단 했다. 하지만 웬만한 야구팬이 아니면 이름이 낯설 정도로 그저 그런 중간 계투 요원에 불과했다. 투수로

빛을 못본 김인철, 여기에 부상까지 겹쳐 2000년 타자로 전향하게 된다. 하지만 타자로 전향한 첫해 100타석도 채우지 못한채 타율 0.218, 홈런 3개라는 초라한 기록에 그치고 말았다. 2002년 기아로 팀을 옮겼지만 결국 작년 방출되다시피 하면서 올해 한화 이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인철… 투수서 타자 전향, 홈런 1위 등 한화 거포로

우리나라 나이로 35세. 변변한 기록 없이 한화로 옮긴 김인철로서는 이번이 그의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올해 그는 “예전의 김인철 맞아?”라고 생각될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인철은 올 시즌 현재 홈런 6개(1위),타율 0.375(4위) 장타율 0.792(1위) 등을 기록하며 한화 타격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전체 경기의 6분의 1도 소화하지 못한 가운데서 나온 기록이라 섣불리 성공신화를 예단 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그가 발산해 내고 있는 경기 모습과 눈빛 하나하나에서는 이런 수식어가 붙어도 좋을 만큼 강한 불꽃을 튀기고 있다.

▷ 눈물겨운 재활, 마침내… - 또 한명의 심상치 않은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는 선수가 바로 지연규다. 지연규는 웬만한 골수 야구팬들이라면 알 정도로 아마 시절 명성을 날리던 선수였다. 그는 고교시절(천안북일고) 이미 두각을 나타내며 87년 봉황대기 최우수상을 비롯, 대학시절(동아대)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91년 쿠바세계선수권 3위를 이끈 선봉장으로 화려한 아마 시절을 보낸 투수다.

이후 92년 빙그레(현 한화)에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계약금인 8700만원을 받으며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하게 된다. 하지만 김종석(롯데),차명주(두산) 등 아마시절 명성을 날리던 선수들이 그저 그런 투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듯 지연규도 결국 그런 부류에 속하고 만다. 입단 첫해 9경기서 2승에 그쳤고 이후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하더니 급기야 97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으며 선수로서의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지연규… 10여년 부상 악몽 털고 마무리 수호신 거듭

하지만 지연규는 4년여의 재활을 거쳐 2001년 연습생 신분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그렇지만 수술 후유증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다시 마운드에는 올랐지만 제대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기록도 승 없이 4패만 기록했다.

이런 지연규에게 마지막 희망이 찾아왔다. 올해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을 만나면서 쓰러져가는 투수 지연규는 부활을 시작했다. 3월 시범경기에서 마무리로 시범 등판을 성공적으로 치른 지연규는 올 시즌 들어 한화 붙박이 마무리로 6세이브를 기록, 마무리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국가대표 에이스, 프로입단 후 미완의 대기, 부상의 좌절을 거쳐 드디어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인철, 지연규. 이 두선수가 시즌 초반 새로이 써 내려가고 있는 성공 신화는 단순히 한화 팬들의 즐거움만은 아니다. 인생의 또다른 축소판이라 불리는 야구라는 울타리에서 이들이 엮어 가고 있는 모습은 전체 프로야구팬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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