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바람입니다.’한 중학교 축구선수의 노래가 끝나자 노래를 시킨 사람이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준다. 동료 선수들이 옆에 앉아 노래를 시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지 살짝 물어본다.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아저씨라 불리기엔 다소 나이가 든(?) 분은 “나 이 운동장 관리인이지”라며 답해준다.

지난 주 무학기 대회가 한창이던 창원종합운동장에서 토월중학교 축구선수와 경남축구협회 전형두 회장이 나눈 얘기다. 회장. 이름만 들어도 다소 주눅이 들고 가까이 할 수 없어 보이는 직함이지만 전형두 회장에게는 회장이라는 이름이 다소 어색해 보인다. 그보다 ‘마당쇠’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그다. 평소 양복 차림보다는 운동복 차림을 더 좋아하고 사람들과 통술 한 잔 걸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올 해 열 돌을 맞은 무학기 전국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을 만나 그의 축구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현역시절 미련 끝내 못버려 체육인으로 남아 후배 지원

그는 올해만큼 대회를 마치고 감회가 새로웠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바로 자신이 발로 뛰어 만든 대회가 열 돌을 맞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94년 경남축구협회 회장 출마 당시 전 회장은 공약으로 ‘전국 고교축구대회 유캄를 약속했었다. 당시 금석배(전북 전주)와 백록기(제주) 대회가 전 해에 만들어진 상황이라 누구도 대회신설을 확신하지 못할 때였다.

“프로축구 출범과 함께 프로팀이 없던 경남은 축구계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게 됐다. 축구 열기와 도민들의 관심을 집결시키는 데 가장 필요한 게 전국 대회를 여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전 회장의 이런 설득으로 무학기 축구대회는 1996년 3월 경남 최초의 전국 축구대회로 만들어졌고, 올해로 열 돌을 맞게 된 것이다.

무학기 창설·축구센터 유치 업적…“또 다른 이벤트 준비”

어느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4회 대회라는 답변이 튀어나왔다.

“99년에 열린 4회 대회에는 중·고등부 팀이 118개나 참가했으니 아마 전국 단위의 대회치고는 가장 컸을 것”이라며 “당시 우승도 통영고와 마산중앙중이 차지했으니 그야말로 경남의 축제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고 무학기 대회가 반드시 도내 팀에게는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99년과 02년의 마산공고를 제외하고는 경남 팀이 우승을 차지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봐선 이 정도로 공정한 대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학기…“축구에 소외된 도민위해 창설”

무학기 축구대회에 이은 전형두 회장의 또 하나 업적은 바로 영남권 축구센터 유치와 경남프로축구단 창단 확정 건이다. 월드컵 잉여금 1200억으로 추진되고 있는 축구센터 건립사업은 사실 전 회장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회장은 월드컵 직후 잉여금 사용에 대해 ‘월드컵 기념관을 짓는다’는 의견이 나왔을 당시 “축구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야 된다”며 주장했던 사람이다. 물론 창원시가 영남권 축구센터로 확정되는 데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아 공로패를 받기도 했지만, 전 회장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축구센터…“인프라 투자 끈질기게 설득”

이젠 비화 아닌 비화가 돼버린 얘기지만 지난 해 FA컵을 단일도시로는 처음으로 창원에서 유치한 것도 바로 치밀한 전략(?) 중의 하나였다. 또 도민들의 염원인 경남프로축구단 창단과 관련해서도 김태호 지사의 확답을 받고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사실 전 회장의 외모와 달리(?) 고교 시절까지 선수로 뛴 축구인이다. 선수로 대성(大成)하지는 못했지만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정도의 기량을 보유했었다고 전해 듣긴 했지만 그의 축구실력은 보지 못해 언급하진 않겠다.

그는 “선수로서 꽃 피우지 못한 게 미련이 남아 아직도 축구 판에 남아있는 것 아니겠냐”며 “앞으로도 축구하는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팀 창단…“20년 도민 염원 이제야…”

전 회장은 평소 “나는 하느님과 동업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바로 하느님이 감동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일이든 사업이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두주불사형인 그의 술 실력도 하느님을 감동시킬 그만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 싶어 물었다.

“술 한 잔 들어가면 그 사람의 진실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마시는 거지. 그리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살짝 흐렸다. 그렇다면 프로축구단 창단이 이뤄지고 축구센터가 완공되면 그의 꿈은 모두 이뤄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전 회장은 숨기고 있는 중요한 계획을 하나 내놓았다.

바로 영남권 축구센터가 건립되면 깜짝 놀랄 이벤트를 따오겠다는 것. 경쟁 도시가 생겨날까 봐 섣불리 얘기할 수는 없는 그 계획은 전 회장 특유의 ‘성취욕’을 자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그가 꿈꾸고 있는 이벤트가 무언지 사뭇 궁금해졌다. 그 이벤트가 반드시 이뤄질 것임을 알기에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는 게 아닐까?

글/주찬우 기자·사진/김구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