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시기도 2029년에서 2035년으로
“지연 기간 포함하면 사실상 116개월”
동남권 “일각이 여삼추인데 정부 외면”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정부가 표류 중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 기간을 애초 84개월에서 22개월 늘린 106개월로 사업자를 다시 찾기로 했다. 개항 목표도 애초 2029년보다 6년 뒤인 2035년으로 변경했다. 트라이포트(도로-철도-공항) 체계 완성으로 북극항로 시대 물류와 첨단산업 중심지 도약에 필수적인 신공항 조기 개항을 염원하는 동남권 지역사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크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가덕도신공항 터 조성공사 사업자를 다시 선정할 입찰 안내서를 공개하고 내달 재입찰 공고를 낸다고 밝혔다.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공항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해상 연약지반 처리가 가장 중요하기에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총 106개월로 공사 기간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터 조성공사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사 금액은 물가 상승을 반영한 10조 7000억 원이다.

국토부는 정지 해상 지반이 연약해 부등침하(지반이 부실한 곳에서 불균등하게 구조물 기초 지반이 내려앉아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침하하는 현상)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 공사라는 점을 고려해 턴키 방식으로 입찰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공업체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흙과 돌 채취부터 ‘연약지반 처리 → 방파제 설치 → 해상매립 → 육상매립 → 활주로 설치’ 등 여러 공정을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취지다.

정부는 2022년 4월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에서 개항 목표 시기를 ‘2035년 6월’로 제시했다. 하지만 2030년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2023년 3월 목표 시기를 2029년 12월로 앞당겼다.

김 단장은 “2029년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적인 공기를 설정했으나 빠듯한 공기였다”며 “좀 더 안전하게 시간을 가지고 지반 안정화 정도를 확인해야 된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 입찰 공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마치고 하반기에는 착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가덕도신공항과 진해신항 조감도. /경남도
가덕도신공항과 진해신항 조감도. /경남도

정부는 2023년 12월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요건에 맞는 사업자가 나오지 않아 네 차례나 유찰이 됐고 지난해 말에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런데 올 4월 현대건설이 정부가 입찰 공고에서 제시한 84개월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없다며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수의계약 절차마저 지난 6월 중단됐다.

사업이 표류하자 국토부는 업계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공사기간 의견을 수렴하는 등 기본계획을 다시 검토해왔다. 그 결과 현대건설이 제기한 지반 안정화 기간뿐만 아니라 공사용 도로, 해상 장비 제작, 항행 안전시설 설치 등 공기 연장이 필요한 영역이 다수 있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에 지반 매립 공사 기간을 기존 53개월에서 66개월로 13개월 늘렸다.

8개월 정도로 계획했던 공사용 도로 설치 기간도 연장했다. 김 단장은 “(도로 조성 터 산세를) 기본계획에서는 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현장을 조사해 보니 산세가 험하고 사전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항행시설 종합 시운전 기간도 1개월 늘렸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26일 오후 2시 부산 기술보증기금 별관 4층 대강당에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건설업계 사업 설명회’를 연다. 참석 대상은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다.

업계에서는 재입찰 때는 대우건설 컨소시엄 참여가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대우건설은 이전 입찰 때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두 번째로 많은 18% 지분으로 합류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대형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도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과 한화건설 등 참여도 예상한다.

지역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재율 신공항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착공 지연 기간을 포함하면 사실상 106개월안은 115개월, 116개월로 늘어나는 것이기에 국토부가 반드시 책임을 지고,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과학적, 실증적 근거 없이 시민들 바람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건설업계 수용성의 벽을 넘지 못한 자기모순에 빠진 결정”이라면서 “경남, 부산 등 동남권 발전에 신공항 건설은 일각이 여삼추인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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