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반복 질의에 “균형잡힌 시각 필요” 지적
소극적 질의 아쉬움…지선 준비로 의정공백 우려
도청 공무원 향해 반말 섞어 질문·일부 발언 논란
일부 경남도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지역구 현안 챙기기에 치우치거나 질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에게 반말을 섞어 질의하고, 교육관이 의심되는 발언까지 나와 품격 논란도 제기됐다.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소속 임철규(국민의힘·사천1) 도의원은 지역구 현안 관련 질의에 집중했다. 상임위 현안보다는 지역구 현안에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환경위는 7~13일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 기간 내내 사천 지역이 거론됐다.
임 도의원은 “사천시도 지중화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진행한 곳이 없었다”, “고성화력발전소가 삼천포 인접 지역에 있는데 교부금을 못 받느냐”, “사천시에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진주시는 남강댐 물 부족으로 수도 요금을 적게 내던데 사천시도 피해를 보고 있으니, 사천시도 수도 요금을 감면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도청 담당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이미 법에 정해진 기준대로 일을 처리했다”고 답했지만, 사천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요구는 계속됐다. 상임위 소속 다른 도의원 질의에 이어 추가 질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임 도의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질의 대신 총평이나 소감을 묻기도 했다.
“경남도의원, 균형 잡힌 시각 가져야”
이 같은 행태를 두고 한 도의원은 “도의원이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임 도의원은 너무 노골적이었다”라며 “상임위 안에서도 도의원들이 도와가면서 질의를 추가로 해준다. 하지만 임 도의원은 사천 관련 내용이 아니면 말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도의원은 “사천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보니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챙기려다가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도의원의 한계이기도 하다”라며 “다만 경남도의원인 만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하고, 경제환경위원회에서 다뤄야 하는 안건이 많은 만큼 경남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도의원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남 전체를 챙기는 게 맞지만, 표를 준 유권자를 위해서 지역구를 챙기는 것도 맞다”라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얘기를 못 할 수도 있어서 발언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방선거 준비에 의정 활동 소홀?
일부 도의원들은 질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의원이 도청 공무원에게 질의를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평가만 하고 끝낸다거나,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짧게 질의를 하고 마쳤다.
기획행정위원회는 7~12일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하루에 오전과 오후로 나눠 모두 8회 회의가 이어졌다. 도의원들은 돌아가면서 질의를 이어갔다. 조영제(국민의힘·함안1) 도의원은 3번의 회의에서만 질의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근제 함안군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조 도의원은 차기 함안군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방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느라 의정 활동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의원들이 표심을 의식해 질의를 약하게 하는 문제는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불거져 왔다.
조 도의원은 “군수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지방선거와는 무관한 문제”라며 “다른 도의원하고 질의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선한 도의원이라 선배가 된 입장에서 너무 앞에 나서서 말하면 보기 안 좋을 것 같아 양보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말에 교육관 의심되는 발언까지
김진부(국민의힘·진주5) 도의원은 도청 공무원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썼다. 김 도의원은 12일 농해양수산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경남도 도시주택국 도시주택과장과 농업기술원 총무과장을 향해 농업기술원 이전 상황을 물었다.
김 도의원은 도청 공무원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다가 “준공은 뭘 가지고 계획을 세운 거고”, “그건 아직 정해진 게 없나?”, “건물도 안 하고 준공한다는 말이가?”라면서 반말을 섞어 썼다.
도의원이 도청 공무원에게 반말로 질의하는 문제는 이전부터 몇 차례 불거졌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누리집에 있는 ‘도의원 갑질 신고’ 게시판에는 ‘반말하지 마시오’라는 비공개 글이 8일 올라오기도 했다.
김 도의원은 “반말을 사용한 것은 잘못됐다. 죄송하다”라며 “질의하다 보니 의식하지 못하고 반말한 것 같다. 성질이 나서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손덕상(더불어민주당·김해8) 도의원은 6일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학생을 통제와 훈련 대상으로 보는 듯한 교육관을 드러냈다.
손 도의원은 덕유학생교육원에 새 프로그램을 발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나약한 아이들을 빡세게 돌려야 한다”, “비를 맞는 것도 교육”이라는 발언을 했다.
손 도의원은 “자녀 셋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그 시간만큼은 제대로 교육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했다”라며 “나태한 아이들에게 극기 훈련도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다솜 기자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