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가을에 작물을 수확한다면, 경남도정은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수확을 겪는다. 한 해 실적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도의원들은 도정의 결실을 톺아본다. 풍년인지, 흉년인지 판가름을 내기 위한 중요한 자리다.

몇몇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부지사는 정년 2년을 앞두고 12월 11일 자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내년 진주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란다.

노치환(국민의힘·비례) 도의원은 10일 열린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올해 1~10월 집행부서 회신에 30일 이상 소요된 조례안이 1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집행부 관문을 넘지 못해 조례 제·개정이 때에 맞춰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화살은 박 부지사에게로 향했다. 노 도의원은 “행정부지사가 도정의 중심축으로서 현안을 면밀하게 챙겨야 도정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내년 지방선거에 사천시장직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임철규(국민의힘·사천1) 도의원은 행정사무감사 내내 사천시 관련 질의를 했다. 대부분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민원성 질의였다. 벌써 내년 지방선거 운동 기간이 왔나 싶었다.

사천시 소재 기업이 경남도 보조금을 받지 못한 사례를 추궁하거나, 사천시도 남강댐 물 문제로 피해 입었으니 진주시처럼 수도 요금을 적게 달라는 말도 나왔다. 사천시 소재 기업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해도, 수도요금 감면 지역은 법에 규정돼 있다고 설명을 해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노동자 쉼터 관련 질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전통시장에 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임 도의원은 지역 현안이 아닌 질의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질의 내용이다. 그는 담당 공무원에게 총평이나 소감을 물었다. 도의회는 각 부서에 행정사무감사 요구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한다. 도의원들은 이 요구자료를 보고서 도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질의한다. 담당 공무원의 개인 의견을 듣는 자리라면 요구자료도 필요 없을 거다.

12대 도의회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는 행정사무감사는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지적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도 통했다. 선거에 나가야 하니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에서 적을 만들어 봤자 정치인에게는 좋을 게 없다는 표 계산이 깔려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뭐 하냐. 밭이 주인을 고르는데.

/김다솜 자치행정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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