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취재로 만든 콘텐츠가 호응 얻어
AI·영상 시대에도 기자의 질문 더 중요
질문은 기자의 특권이자 의무라고 하죠. 거창한 정의를 붙이지 않더라도 질문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권력을 감시·비판하기 위해 기자가 꼭 해야 할 일임이 분명합니다.
간혹 기자 질문이 조롱거리가 되곤 합니다. 기자로서 할 일을 하는데 무차별적인 공격, 가령 외모를 비하하는 인신공격이나 질문 일부만을 잘라 문제 삼는 비난을 감내하는 업계 동료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럼에도 기자는 질문을 해 내야 합니다. AI(인공지능) 시대 기자에게 강력한 무기, 경쟁력 역시 질문이니까요.
누구든 궁금증을 손쉽게 풀 수 있는 시대입니다. 어떤 물음도 대답해줄 똑똑한 생성형 AI 덕분이죠. 챗지피티 첫 화면에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문구가 뜹니다. 그 아래 입력 창에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적혀있습니다.
직접 묻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이미 AI에게도 있습니다. 기자만이 채울 수 있는 영역이 질문입니다. 날카롭고 생생한 질문으로 발굴한 새로운 이야기 말이죠.
최근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어쩐지 설명이 필요한 금요일밤(이하 금요일밤)’이라는 콘텐츠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 촬영을 지원하러 갔다 만난 매니저 말이 인상적입니다. “SM타운 영상 다 봤어요. 부모님이 근처에서 가게를 하시는데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어요.”
야구 콘텐츠로 입문(?)한 구독자 마음까지 움직인 것을 보니 방향성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제 와 말하지만 ‘금요일밤’은 뉴미디어부 발령 초기 가장 골치 아팠던 코너였습니다. 당시 콘셉트는 ‘기사를 취재한 기자가 직접 내용을 소개하고 뒷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었죠.
가뜩이나 취재 일정으로 바쁜 기자를 섭외하는 일부터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를 카메라 앞에 앉히는 일, 기사로는 흥미진진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디어는 좋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국 ‘자체 생산’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폐가, 방치된 건물, 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유는 경남에 소재가 넘쳐나고,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있고,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된 주제였습니다.
대부분 콘텐츠는 ‘여기 보세요’ ‘이런 게 있어요’ ‘놀랍지 않나요’에서 그쳤습니다. <경남도민일보>라면 한 끗이 달라야 했습니다. 전원 기자인 부원들은 기존 기사를 대본으로 옮기는 대신 직접 취재원을 섭외하고 기사에 담기지 않은 빈 공간을 취재로 메우며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다행히 ‘웰메이드’를 알아봐 주는 시청자 덕분에 조회 수도 꽤나 잘 나오고 있습니다.
짧아 보이는 5분, 10분짜리 영상 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담겨있습니다. 추억의 장소 창녕 부곡 하와이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20년 동안 무단점유하고 있는 합천 잔디농장은 왜 옮길 수 없는지, 고립된 창녕 할머니를 도울 방법은 없는지, 위험한 김해 초등학교 등굣길을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지.
정성스런 질문으로 재탄생한 ‘금요일밤’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며 더욱 느낍니다. 좋은 질문 속에 좋은 답이 있다는 것을.
/김해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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